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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1번, 산피아 2번 … 비리 순위까지 매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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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진태 검찰총장(가운데)이 2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수 부산고검장, 김 총장, 임정혁 대검 차장. [최승식 기자]

검찰이 21일 8대 관피아 비리수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은 “관피아가 국가 시스템 작동을 방해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까지 위협한다”(김진태 총장)는 인식에서다. 이날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거론된 관피아 비리유형은 1번부터 8번까지 순위까지 매겨졌다. 1·2번은 행정고시(재경직) 기수에 따른 순혈주의로 유착된 ‘모피아’와 ‘산피아’였다. ‘재경부의 금융감독권한을 기반으로 퇴직 관료가 금융업계의 이익을 대변’(모피아)하거나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를 기반으로 업종별 산하기관과 기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산피아)는 이유로 우선 지목됐다.

 검찰은 ‘해피아’ ‘원피아’ ‘철피아’ ‘세피아’ ‘소피아’는 특정 분야의 폐쇄성과 끼리끼리 문화에 따른 유착 비리로 분류했다. 해피아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퇴직 공무원이 해운조합·한국선급 등에 재취업해 해운업계 이익을 대변하며 선박안전검사 등 감독을 부실하게 만들었다. 원피아는 원자력전문학과를 둔 특정 대학 출신이 연공서열로 뭉쳐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뒤 각종 부품성적서를 위조해 ‘전력대란’까지 초래했다. 철피아는 철도고·철도대학 출신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을 장악한 뒤 유착고리를 형성했다. 검찰은 국세청 퇴직공무원이 기업체 세무담당이나 세무법인을 차려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을 깎는 ‘세금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수사키로 했다. 관피아 수사를 지휘하는 강찬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은 “관피아의 힘은 규제에서 나온다”며 “퇴직 관료가 로비스트로 영향력을 행사해 뇌물죄 처벌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부분은 제도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수원·인천·대전지법은 이날 ‘파산부장 긴급간담회’를 열어 법정관리인에 잘못이 있는 기존 경영자는 배제하는 ‘파산부 준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때 채권자협의회 등 이해관계인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할 경우 특별조사위원을 선임해 문제가 없는지를 집중조사한다. 조사 결과 중대한 책임이 인정되면 즉시 관리인을 제3자로 교체해야 한다. 세모그룹처럼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 있는 법정관리인이 선임돼 파산의 책임 있는 기존 대주주에게 해당 기업을 되파는 일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글=정효식·박민제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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