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수하르토 대통령 부정 치부설 잇달아 곤욕 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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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년간 장기 집권해 온「수하르토」「인도네시아」(인니)대통령은 오는 3월로 다가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수개월간 폭로되고있는 그의 가문의 부정 치부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하르토」대통령이「자바」섬의 중부에 있는「반군」산록에 40억「루피아」(약48억원)짜리 초호화판 가족묘를 축성하고있다는 소문이 지난해 11월말 흘러나오자마자 삽시간에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수하르토」대통령 측근은 가족묘 축성은 사실이지만 그 재원은 부정한 수단에 의해 모아진 것이 아니며 공사비도 4억3천7백80만「루피아」(약5억원)에 불과하다고 소문의 일단을 시인, 부정 치부설과 엄청난 규모설만은 부인했다.
그러나「수하르토」비판세력은「수하르토」대통령이 급기야「매스컴」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지만 그런 해명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눈가림이라고 비난했다.
회교 청년 신자들은「자카르타」의 한 집회에서『45억「루피아」짜리 초호화무덤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집회의 한 현수막에는『백성은 굶주리고 있는 판에 지도자는 왕릉을 축성하고 있다』라고 써 있었다.
가족묘 사건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엔 대통령 부인「티엔」여사가 모종 밀수 사건에 관련됐다고 하는 법정증언이 보도되어「수하르토」가가 다시 발각했다.
인니의 영자지「인도네시아·타임스」는「수하르토」정권 전복 음모로 현재 재판중인「사위토」사건에서「만군라지」라는 증인이 76년7월 수백만「달러」밀수사건이 전 경찰최고 간부집에서 모의돼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보고됐으나「수하르토」대통령이 이 사건을 얼버무렸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수하르토」대통령의 아들「시지트」가 싯가 3백30만「달러」(16억5천 만원) 상당의 초호화「맨션」을 어느 인니 재벌로부터 구입했다는 소문도「수하르트」가의 부정 축재설을 더욱 그럴 듯하게 하고있다.
이런 대통령 가문의 부정 치부설이 대통령의 강력한 서정쇄신 정책 추진 및 3월의 대통령선거와 때를 같이해 나옴으로써 그 위력이 대단할 것 같지만「수하르토」대통령이 3월에 소집될 의회에서 다시 5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지명될 대세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인니 정치에 정통한 관측통은 내다봤다.
그러나「수하르토」가의 잦은 부정 치부설은 지난 65년「수카르트」독재 체제가 붕괴될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수하르토」대통령의 서정 쇄신 운동이 하급 관리 등 송사리급의 오직에는 위력을 발휘하지만「수하르토」정권의 양대 지주인 고급관료와 군 간부의 부정에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해 국민들은 법의 엄정한 적용과 부의 공평한 분배를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다.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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