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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 빠른 인터넷 … 황창규, 속도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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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황창규 KT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추진할 사업 방향인 ‘기가토피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황창규 KT 회장이 지금보다 최고 10배 빠른 ‘기가(1000메가) 인터넷’을 토대로 통신판 ‘황의 법칙’을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황 회장은 20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자해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을 이끌면서 매년 플래시메모리 용량을 두 배로 끌어올린 것처럼 통신 분야에서도 속도전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통신망 고도화와 통신-타 산업 간 융합서비스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KT는 우선 2017년까지 유선은 현재(100메가)보다 10배, 무선은 3배 빠른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기가망이 완성되면 고화질(HD)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10~20초면 된다. 이런 네트워크 투자를 통해 KT는 우선 올해 안에 고화질(HD)보다 네 배 선명한 초고화질(UHD) IPTV를 상용화하고, 6월까지 DMB보다 10배 선명한 화질로 스포츠 경기 등을 시청할 수 있는 ‘올레파워라이브’를 도심 밀집지역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 황 회장은 “기가토피아가 실현되면 인간과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융합서비스를 통해 ICT 생태계 활성화는 물론, 국가와 개인·산업 모두에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에너지·보안·미디어·헬스케어·교통의 다섯 가지를 기가망을 활용한 미래 융합서비스의 핵심으로 꼽았다. 스마트 에너지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을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15% 이상 줄일 수 있는 서비스다. 통합 보안은 개인·산업현장의 안전은 물론 국가적 재해·재난 대응체계 구축에 기여한다. 차세대 미디어로 홀로그램 등 미래형 콘텐트를 발굴하고,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선 유전체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 기술을 개발한다. 지능형 교통 관제를 통해선 물류운송 선진화와 교통혼잡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황 회장은 “KT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전 세계에서 실증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며 “이들 5개 분야에서 KT가 점유율 10%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ICT와 타 산업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12년 전 발표한 ‘황의 법칙’을 뛰어넘는 변화를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이석채 전 회장이 주도했던 주요 사업도 그대로 지속한다. 황 회장은 “르완다 네트워크망 구축 사업 등 주요 해외 사업들을 잘 진행해서 성공시킬 것”이라며 “(이 전 회장이 만든) ‘올레 KT’ 브랜드도 인지도가 90%를 넘는 만큼 잘 승계해 더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 및 계열사 재편에는 속도를 낸다. 그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과감히 조정할 것”이라며 “5대 사업을 핵심 축으로 KT 전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구조조정 계획설에 대해서는 “고통스러운 명예퇴직을 받아준 8000여 명의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동통신 시장과 관련해서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신 단말기 출고가 인하, 다양한 요금제 출시, 서비스·기술 차별화로 시장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나 방송통신위원장과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식의 보조금 경쟁에서는 통신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통신 시장이 포화됐다고 하지만 차별화된 속도와 서비스로 경쟁하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적악화 우려에 대해서 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는 등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단독영업 기간 동안 양호한 성과를 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며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고, 내년에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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