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치아보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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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체위향상실태를 보면 6세 남아의 경우 체중은 40년대의 18㎏에서 70년대의 20㎏으로, 신장은 1백6㎝에서 1백15㎝로 약 7∼9%가 증가했다.
지난해의 GNP 성장율은 10.3%, 이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어린이 체력향상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국력의 신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들이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 비해 학교공부에 시달리고, 입시에 시달리고 이에 덧붙여 학부모의 극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 20일 이상이 지난 요즘 이들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정신적인 성장을 돕는데 학부모들의 남다른 배려가 어느 때 보다도 아쉽다 할 것이다.
우선 긴 겨울방학중에 현명한 학부모라면 자녀의 건강 「체크」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교마다 신체검사를 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기실 콩나물 교실 사정을 못 면하고 있는 우리네 실정에서는 그 검사마저 고작 형식적인 것이 되기 일쑤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많은 계몽이 있어오긴 했지만, 그 중에도 특히 충치·결핵·빈혈·기생충 감염 등은 여전히 우리 어린이들에게 흔하고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병원 가기」를 일반적으로 꺼리기 때문에 아픈 것을 숨기는 수도 많다. 특히 치과질환 같은 경우는 부모 몰래 숨기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산수점수 1, 2점에는 눈에 불을 켜는 우리네 학부모들도 귀여운 자녀의 치아가 썩고 있다는 사실에는 전혀 눈을 감고 있다면, 이 보다도 더 어리석고, 우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동들의 충치 이환율은 무려 70∼90%에 이른다, 이는 곧 누구네 집 자녀 할 것 없이 모두가 환자라고 보면 된다는 뜻이 된다.
거의 모든 질환에는 자연치유라는 것이 있지만, 유독 치과질환만은 예외인 것이다. 따라서 조기발견·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치과 질환임을 명심해야겠다.
고래로 건강한 치아는 5복의 하나로 삼아왔듯이 실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있어 튼튼하고 고른 이빨 하나하나는 평생 간직할 귀중한 재산임을 왜 잊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가 『이가 아프다』고 호소해 오면 이미 때는 늦은 것, 자칫 치아를 잃게 되기 쉬운 것이다.
유치라면 또 몰라도 영구치라면 문제는 크다. 일생 인공치의 신세를 져야하니 말이다. 인공치는 아무리 훌륭한 의사가 제작을 했더라도 타고난 제 치아에 비하면 저작효율이 반도 안된다.
충치 외에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부정교합, 쉬운 예로 덧니·뻐드렁니 등이 이에 속한다.
이는 미관상으로 나쁠 뿐 아니라 기능상의 장애도 크다. 따라서 성장발육에 영향을 줌은 물론이다.
이는 하루 이틀에 치료가 되는게 아니고 진단자료수집치료 계획수립에만도 최소 1주일 이상 걸린다.
따라서 방학은 치아의 이상을 없애고 구강위생을 증진시키는데 있어 최적기라고 볼 수 있다. 사정은 물론 비단 치과질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골이 늘 무겁다거나 이상하게 여위었거나 감기가 잘 걸린다든가 소화불량인 경우 모두「체크」해 봐야할 증상들이다.
학업부진과 관련이 있는 질병들도 꽤 많다. 그 중 축농증은 대표적인 것이다.
불량성적표만 나무라지 말고 신체상의 어디에 불량한 부분이 없는가를 볼 줄 아는 지혜로운 학부모가 돼야하겠다.
귀여운 자녀들이 무사히 긴 방학을 보내고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개학에 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어린이들을 둔 학부모와 뭇 성인사회의 도리임을 새삼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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