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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자금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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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0윌 하루아침에 은행창구를 닫아버리는 등 갑작스런 금융조치로 기업은 정신없이 돈구멍을 틀어막아야 했고 서민들은 긴급한 돈을 대출 받을 수가 없었다. 정책자체가 모가 나서 그런지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제 해가 바뀌면서도 이런 자금사정은 크게 나아질 것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중소기업엔 보릿고개>
『올해에도 지난해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여건의 변화 면에서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면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고 상반기에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하반기에 들어 자금사정은 낙관불허 상태입니다』(안상국 한은자금부장)라는 것이 금융가의 견해이다.
정책당국은 올해의 통화량 증가를 30%정도로 잡고 여신한도도 지난해보다는 약간 여유 있게 잡을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올해에는 해외금융과 국내금융의 균형화에 최대 역점을 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여신도 당초 계획한 25%증가 선을 훨씬 넘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그만큼 은행창구가 넓어지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 확대되는 부분은 전환금융 때문이지 새로운 부분이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가 보는 견해는 약간 다르다. 먼저 대기업의 입장을 보면 『실제 기업의 생리 면에서 도저히 지난해는 정책변화에 따라가기 힘든 해였습니다. 올해초부터 은행의 대출창구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기간 지난해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긴축할 때는 잘 먹혀도 해제할 때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할 것입니다』(K상사 H이사).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 자금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채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실정 때문인지 은행 등 자금 「라인」과 신중한 토의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커다란 「프로젝트」의 실시나 시설투자를 1·4분기이후로 미루어 앞으로의 자금사정을 관망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풀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책당국이 해외금융억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원화금융의 폭을 상당히 넓히고있고 은행거래가 용이하다는 등 중소기업에 비해 자금동원여력이 더 있는 것이다.

<책정보다 집행이 문제>
반면 중소기업이 보는 자금사정은 당국의 2천여 억 원의 중소기업자금방출이라는 고무적인 시책발표에도 불구, 매우 어두운 형편이다. 『정부가 방출하는 돈의 규모도 문제지만 실제로 은행이 한도는 갖고있으면서도 상부로부터 시달을 못 받았다는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안 내주는 풍토부터 시정되어야합니다』(S금속 L사장). 이렇게 평소에 편파적인 취급을 받는 어려움이 있는가하면 『지난해보다 원칙적으로 자금사정이 풀려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봄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금년한해는 시설확장은 엄두도 못 내고 현상유지만 했으면 하고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청화통상 박기강 사장)라고 올해에는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금융혜택을 주도록 중소기업은 갈망하고 있다.
올해에는 은행창구가 지난해보다 훨씬 바빠질 것이다. 이제까지 기업이 은행 외의 자금운용을 했던 단기무역신용이나 수출선수금 등 해외금융 「사이드」의 많은 부분이 국내제도금융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반면 단자 등 제2금융권의 자금창구로서의 역할은 지난해보다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올해초에도 2천여 억 원의 재정증권을 인수해야하고 당좌대월도 용인이 안 된다면 어음할인 등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장세강 한양투자 상무). 이제까지 대체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자금사정이 풀리는 경향이 있었다. 당국의 통화량 증가 30%선도 이점을 고려했다고 보는 측도 있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보아 지난해보다는 규모 면에서나 실제운용에 있어 올해에는 약간 풀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하반기. 올해도 상반기 중에 늘어날 통화량과 여신을 억제하기 위해 무슨 조치가 취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가압력완화가 과제>
연초에 집중적으로 방출되는 통학증가로 인한 물가압력을 피하기 위해 망국은 원칙적으로 물량공급확대를 기본정책으로 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효과를 거두지 못 할때 다시 한번 경직적인 통화관리정책이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관계당국이 집계한 바로는 연초에 추곡수매자금 2천8백억원, 재정자금 1천5백억원, 이월분 국민투자기금 8백억원, 외화예치 해제 뿐 3백억원, 도합 5천억∼6천억원의 통화가 집중적으로 늘 것으로 보고있다.
통화량 증가 선과 대출 억제 선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금융당국은 사후적 통화관리를 지양한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아직 정확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못하지만 올해에는 정책자체가 그대로 실현되어 은행창구에서 기업과 실랑이를 벌이는 「창구횡포만은 최소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은행금리도 사실 실효금리로 따지면 결코 낮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급하면 사채를 갖다 메우기는 해도 역시 목돈융통은 은행창구를 통해야 하는데 그것이 문제입니다』(H상사 L사장). 결국 올해 자금사정은 상반기 명, 하반기 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을 것이고…. <장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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