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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년과 말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에 말(馬)이 들어온 것은 약 2천5백여년 전. 맨처음 쉬붙이의 무기를 가진 기마철기인이 중국 북부와 만주의 황량한 벌판을 거쳐 한반도에 미쳤을매 말을 타고 출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계층은 이미 들어와 있던 원주민을 다스려 부락 국가를 형성했으며 이들의 문학를 일컬어 청동기시대라 한다.
청동기 시대 유물은 북한지역은 물론, 남한에서도 적잖게 발견된다.
경북의 월성인실리와 영천어은등을 비롯하여 화순·대전·춘천등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그중엔 말방울과 말형장의 「버콜」 (대구)이 포함돼 있다. 그것들은 중앙 「아시아」의 유목 「스키타이」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물건들로 풀이되고 있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탄생신화에 말 이야기가 나온다. 나정부근 숲에서 말 울음소리가 나서찾아가 보니 큰 알이 있어 그 속에서 아이가 나왔다는 것이다. 추측컨대 그 「아이」란 말타고 온 강력한 새 세력으로 기존하던 6촌을 거느리게 되는 셈이다.
경주 천마총을 비룻하여 옛 고분에선 마구와 말그림등이 흔히 출토된다. 또 백제와 신라가 혼인동맹을 맺을 때 대전 뒷산의 나제회맹단에서 백마의 피를 뿌려 하늘에 맹세했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 태조는 마곤을 수호하는 별(천사성)을 제사하기 위해 도성안에 마조단을 설치했다. 조선시대에도 동대문밖에 제단이 있었는데 19세기 말에야 폐지되었다.
말은 키가 5척이면 구(拘)7척이면 내( ), 8척이상이면 옹마(龍馬)라 했고 힘센 말은 유독 응마(赤馬) 라 불렀다. 작달막한것은 현구(玄駒)인데 한국 재래종의 왜소한 것은 따로 과하마라 일컬었다. 흔히 날쌔고 좋은 말을 준마(俊馬)라 하는 반면 둔마는 노태(駑 )라 한다.
말의 빛깔과 얼룩무늬에 따라서는 50여중의 이름이 있다. 대별하면 흰말은 백마, 붉은 말은 절다, 청색은 총이,밤색은 굴헝, 황색은 공고라, 흑색은 가라. 그밖에 철청총이, 연전총이,그은총이, 먹총이, 돗총이, 청가라, 담가라, 표가라, 유거헌, 항그라, 부절다, 표절다, 가리온, 실아, 백선총이, 찬간자, 실간자, 소태성, 함오, 월아, 적부루, 유부루, 청부루, 도화잠불, 삿흰말… 이들 옛이름은 대개 만주어에서 비롯된 칭호. 그것은 함경도의 회령과 경원이 말 교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적아마는 붉은 절다마. 이른바 간리마의 하나다. 천리마는 특정 중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준마의 일컬음이다. 흔히 붉은 털에 검은갈기의 말을 상급으로 치며 관부에서 많이 사역했다. 주나라때 좋은 말을 잘 가렸다는 백악의 상마법에 의하면 배밑에 선모가 가득하고 유백색의 것이 천리마라 했다.
백악은 마의와 상마 제1인자의대명사. 백락을 만나야 명마가 비로소 재능의 대우를 받게된다는 뜻에서 백악고란 말이 있다.
세상에 천리마는 얼마든지 있는데 다만 그를 알아보는 백락의 눈이 필요할 따름이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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