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생의 학력 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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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발표된 78학년도 대입예시 합격자와 함께 당국이 올해 처음으로 공개한 점수별 합격자 누가빈도표는 현행 교육제도상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고교생 학력의 전반적인 저하 현상을 여실히 부각시켰다.
이에 따르면 합격자의 평균점수는 201.77점으로 작년보다는 5.6점, 경쟁입학자의 최종 졸업연도인 76년에 비하면 무려 9.03점이나 떨어졌는데 이는 1백점 만점으로 환산할 때 59.34점에 불과한 것이다.
합격자의 「커트라인」도 서울이 1백97점 선으로 작년보다 1점 높아진 것을 제외하면 전 시·도가 작년보다 4∼10점씩 일률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번 예시는 시험문제 자체가 수험생들의 자체평가와는 달리 예년보다 좀 까다로왔고 특히 지방대학 정원의 대폭증원으로 지방시·도의 합격점이 낮아질 요인을 안고 있었던 것도 이해할만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3백점 이상 상위권 득점자수가 77학년도의 1백명에 비해 올해에는 그 절반정도인 53명에 불과하고, 1백99점 이하의 한계합격자가 전체 합격자의 45%를 넘는 7만6천4백 여명이라는 사실은 역시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학력저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5대 도시에서 실시되고 있는 중학의 무시험추첨진학제와 이에 연결된 고교무시험배정제가 학력저하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음이 올해 대입예시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 하겠다.
사실 고교입시가 추첨 배정으로 바뀐 뒤 중학교에서부터 교육이 부실해졌고 학생들은 요행과 사행심만 바라는 나머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력 차가 심한데서 오는 상위권 학생의 학습의욕 상실, 하위권 학생의 자포자기 현상과 이러한 학교 분위기가 빚은 고교교육 전반의 혼돈 상은 학생들에게나 스승의 입장에서나 다같이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무슨 명분에 의해서건 학생들의 학습의욕 감퇴와 학력저하를 가져오게 하고, 지역별 학력 차를 조장케 한 성급한 교육제도 개혁의 과오를 다시 한번 반성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런 뜻에서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교육의 평가절하를 초래했을 뿐인 고교무시험진학제는 이제 원점에 다시 돌아가 근본적인 혁파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와 함께 대입예비고사제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젯점도 해소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현행 예비고사는 영국의 GCE,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그 합격이 자동적으로 대학 입학으로 연결되는 자격고시가 아닐뿐더러, 일정한 기준 없이 그 해 그 해의 사정에 따라 대학진학 자를 제한하게 한 일종의 여과장치일 뿐이지 않은가.
이리하여 이 예비고사는 그 합격여부가 대학생으로서의 자질을 검정하는 것과는 무관계한 시한부 면허장을 발급함으로써 수험생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주게된 것이다.
예비고사의 「커트라인」만 보아도 이번의 경우 가장 높다는 서울이 1백97점으로 이는 1백점 만점에 57.94점에 불과하며, 가장 낮은 전북의 경우는 1백64점으로, 1백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고작 48.20점이다. 이는 통상적인 시험의 합격점이라 할 수 있는 60점에도 크게 못 미친다.
더구나 예·체능계와 실업계 고교출신자의 동계대학진학 특혜인정자의 경우는 1백점 만점기준 40점 정도의「커트라인」이 적용되고 있다고도 하지 않는가. 따라서 「커트라인」 자체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예비고사제를 존속시킬 경우에도 「커트라인」제만은 마땅히 폐지함으로써 학생들의 응시기회조차 박탈하는 불합리한 제도의 모순은 제거해야 할 것이다.
교육제도는 목전의 이익이나 편법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교육본래의 목적달성에 적합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제일의적으로 생각하는 자세에서 검토돼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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