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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의 정치…이런 말 저런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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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 위해 다소의 자유 자제해야">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악지가 필유여앙」-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북괴의 마약밀수사건에 언급, 이 같은 속담을 인용. 박 대통령은 법무부 연두순시(2·4)에서 자유 제한론을 주창했다. 『민족과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시국에는 일부 개개인 다소의 자유도 스스로 자제해야 될 것이다.』
『아직도 극소수의 인사 중에는 유신체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민주주의와 자유가 어쩌니 하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궤변으로 본다.』
구속자 석방문제가 제기될 때 박 대통령은 늘 「개전의 정」을 말했다. 이철승 신민당대표와 면담(5·27)에서 이 말을 처음 썼고 진해 기자회견에서(8·11) 『다시 범법하지 않겠다는 「개전의 정」이 있으면 관대한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다시 언명.
주한 미군철수 문제와 관련, 『앞으로 4, 5년이 중요한 시기』라고(3·19, 국무회의) 말한 박 대통령은 국민회의 대의원 안보 보고회 치사에서도 『앞으로 4, 5년이 민족중흥의 고비』라고 되풀이해서 역설.
『한국사상을 따져 올라가면 충효가 으뜸이고 도중에 먼지가 안고 녹슬었지만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박 대통령의 충효사상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봉사가 충이며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효』라고 정의하고 있다(2·4. 문교부순시).
5·27 박 대통령과 이 신민당대표와의 박·이 면담에서부터 나온 「정치발전」이란 말은 박 대통령이 나중에 『얘기가 끝난 후 소석이 보여준 쪽지에 그런 말이 있더군』이라고 했으나 이 말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는 여설, 야는 야설.
당사자인 소석은 『정치발전이란 여야가 국회를 중심으로 대화의 폭을 넓히고 선거법 개정 등 여야 쟁점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간다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풀이.
그러나 공화당의 길전식 사무총장은 『우리 입장에서 말하면 정치발전이란 유신체제의 발전』이라고 규정했고 이 말을 「정치활성화」로 풀이하는 송원영 신민당총무의 말에 김용태·이영근 여당총무는 『정치활성화라면 정치가 언제 죽었다는 말인가』고 반격.

<총선 표밭 의식, "밤송이 작전" 논도>
「말」과 설전이 국회의 의정단상에서 양산된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 야당 요구로 열린 6월 임시국회에서 장동식 의원(유정)은 『김일성과 김형욱을 서정쇄신 상벌기록부에 올리라』고 요구했고 김제원 의원(공화)은 미국을 강경 규탄한 후 『우리는 핵이 아니라 핵 할아버지라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
89일간의 정기국회에서는 말의 공방이 일층 가열. 이철승 신민당대표는 정기국회 대책으로 『밤송이를 까듯 이번 국회에서는 실리 있는 명분투쟁으로 수확을 거둬 다음 총선의 표밭을 개간하자』고 이른바 「밤송이」작전을 제시.
개회벽두 말썽을 빚은 속기록 삭제사건을 놓고 신민당의 송원영 총무는 『속기록은 옛날의 사초와 같은 것이다』고 했고 김원만 의원 같은 이는 『속기록이란 문자 그대로 기침소리 하나까지 기록돼야 하는 것』이라며 시정을 촉구.
부가세법개정안을 놓고 한영수 의원 같은 이는 『부가세로 공화당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고 주장.
박병효 의원(신민)은 △권위주의 △족벌주의 △무사안일주의 △형식주의 △기분주의가 한국행정의 5대 고질이라고 분류.
이상신 의원(신민)은 본회의대정부 질문에서 『구자춘 서울시장은 「황야의 무법자」』라고 공격했고 재무위에서는 이중재 의원(신민)이 부가세를 「상가의 무법자」라고 호칭.
여야정치의안 협상에서는 선거구 분할이 끝까지 문제됐고 협상종반에서 서울2, 부산1, 대구1, 인천1의 5구 증설에 여야가 합의한 양 발표되자 주위에선 위인설구(게리맨더링)라고 이를 「길-이맨더링」으로 표현. 그러나 선거구 분할이 1백만명 기준으로 환원돼 「위인설구」·「길-이맨더링」이란 용어는 후퇴.

<정계의 유행어가 된 "불편한 관계">
연초 『주미대사 3년 6개월 동안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함병춘 전 주미대사의 뼈아픈 실토는 『동양적인 정의외교시대는 지나갔다』는 말과 함께 한미관계의 기상변화를 예고.
4월말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일 중의원 통과전망이 흐려지자 박동진 외무장관이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부터 「불편한 관계」는 정계의 유행어로 발전.
한미연례안보회의 후 공동성명까지 나왔고 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박 외무는 『호적에만 올렸다고 다 부부가 되느냐. 「아이·러브, 유·러브를 자주 해야지』 라고 대답.
박 장관은 박씨의 기소내용이 밝혀졌을 때는 『미 정부의 기소내용대로 한다면 박씨는 징역 2백년이라는데 천당가서도 징역살겠다』고 야유.
외교 1년을 결산하는 12월에 들어서도 『한미관계는 수직에서 수평관계로』(박 외무), 『한미관계는 일방의존에서 상호의존 관계로 바뀌고 있다』(「스나이더」대사)는 발언으로 발전했다.

<"중도성장" …난 말을 창조하는 사람>
신민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말많은 집안」. 김영삼 전 총재가 도미(1·7)하면서 『앞으로 야당성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석(이철승 대표)을 겨냥하여 제1탄을 발사하자 소석이 『다 망해 가는 집안, 썩은 새끼줄로 얽어 야당성 회복하려는 판에 새삼 무슨 소리냐』고 즉각 응사.
연두회견(1·26) 에서 소석이 「중도성장」이란 용어를 사용하자 이충환 최고위원이 『경제학에 그런 용어 없다』고 야유했지만 소석은 『나는 용어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태연.
신민당 말싸움의 극치는 소석의 해외발언파동.
1차는 『한국의 자유는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레벨」의 문제』라고 한 소석의 동경발언(3·4)에서 시작.
3·24 의원총회에서는 『항간에서 신민당을 제2의 유정회, 신유정회, 약칭 신정회라고 한다』(이중재 의원) 『여당 같은 소리하면 여당이지 야당이 아니다』(정운갑 의원) 등 비난·야유가 만발.
소석 자신은 『대안 없는 노랫가락』 『장례식 참석하라고 해서 급히 귀국했더니 상속싸움부터 한다』고 공격측을 당권도전으로 규정.
소석의 일본 독매지 회견 중 『유신체제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이란 말이 제2차 발언 파동.
한병채·오세응 의원 등은 『당원들이 납득 못할 말을 남발하는데 저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흥분.
그래도 소석은 또 『유신체제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다른 소리하는 것은 그릇 깨지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역공.
재사인 이충환 최고위원은 정무회의에서 「코너」에 몰린 소석에게 『연작안지홍곡지지호』(참새가 어찌 기러기의 뜻을 알겠는가)라는 사기의 명구를 써 건네 위로.
소석의 「중도통합론」은 최고위(4·12)가 한때 사용금지령을 내렸으나 소석은 『개인 정치 철학에 왜들 시비냐』고 항의. 그러자 황낙주 의원은 의총(4·12)에서 『중도 통합론은 정체불명의 어용이론』이라고 면박.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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