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10년 공부, 김승혁 첫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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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무명 돌풍이 거세다. 이번에는 김승혁(28·사진)이 10년 무명의 설움을 떨쳐냈다.

 김승혁은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끝난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우승상금 2억원)에서 11언더파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김승혁은 버디 5개로 친구 김경태(28·신한금융그룹)와 이태희(30·러시앤캐시)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코리안투어에서 준우승만 두 차례 한 김승혁은 102경기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올해 코리안투어 3개 대회는 모두 무명들의 프로 첫 승 잔치로 막을 내렸다.

 김승혁은 주니어 시절 ‘괴물’로 불리는 김경태보다도 잘나갔다. 그는 “고1까지는 내가 경태보다 더 잘 쳤던 같다”고 말했다. 대연고 2학년인 2003년에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김승혁은 2004년 8월 호기롭게 프로로 전향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예전의 영광을 좇았던 게 독이 됐다. 그러다 2010년 군 제대 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습벌레’라 할 정도로 훈련에만 열중했다. 아마 시절처럼 하루 7시간씩 꼬박 훈련에 매달린 그는 최종 라운드 전날에도 오후 7시30분까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감각을 가다듬었다.

 10언더파 공동선두로 18번 홀(파5)에 들어선 김승혁은 김경태가 4.5m 버디 퍼트를 놓치는 걸 본 뒤 침착하게 2.5m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환호했다. 사랑의 힘도 부활에 큰 도움을 줬다. 김승혁은 여자 골퍼 양수진(23·파리게이츠)과 3개월 전부터 연인으로 지내고 있다. 지난주 매경오픈에서는 양수진의 캐디와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딴생각 말고 제 플레이만 하라’고 격려해 줬는데 결과가 좋았다. 같이 연습하고 기댈 수 있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활짝 웃었다.

 최경주(44·SK텔레콤)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 최종합계 8언더파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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