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자유·동성애지지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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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22일부터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미 전국여성회의는 미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여성지도자 2천명과 여권주의자들 3만 명이 모여 4일간이나 계속돼 미국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
『진정한 여권을 찾자』는 기치를 내건 이번 대회에서 여성지도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무려 25개의 건의안 중에서 여성 성을 신설하라는 요구조항만 빼고 나머지 24개의 건의안을 모두 채택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전국 여성회의가 낙태의 자유와 동성연애주의자에 대한 차별철폐에 관한 2개 조항을 통과시킨 것.
3명의 「퍼스트·레이디」(「카터」대통령부인, 「포드」와 「존슨」전대통령부인)가 참석하여 격려를 하는 가운데 여성지도자들은 고함과 눈물, 그리고 웃음소리로 뒤범벅된 회의장에서 극적으로 채택된 이 2개 조항은 앞으로 「카터」대통령과 의회지도자들에게 보내져 정책결정에 반영하도록 강력하게 압력을 가할 예정이다
이들 2개 조항이 채택되기까지는 회의장 안에서도 격렬한 찬 반론이 일었다.
대다수의 여성대표가 낙태자유를 지지했는데 이 결의안이 총회에서 통과되자 반대했던 대표들은 엉엉 울면서 회의장을 떠났다.
그러나 많은 대표들은 이 낙태자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낙태수술을 할 때는 국가의 보조가 따라야 한다는 것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일찍 시켜야 한다는 요구까지 통과시켰다.
이보다 더 격렬했던 것은 동성애차별 철폐 요구결의안 토론 때였다. 이 결의안이 상정되자 역시 보수적인 여성대표들은 『이는 미국의 가족제도를 완전히 파괴하는 지극히 비도덕적인 요구』라고 비난했다.
반대파 여성들은 회의도중에 모두가 「브러지어」를 꺼내 회의장 높이 휘두르면서 『우리는 이「브러지어」를 태우지 않겠다』고 열을 올리기도.
그러나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정책결정에 반영되겠는가에 대해 일부대표들은 『「카터」대통령도 남자고 국회의원도 대부분이 남자인데 우리의 요구에 대해 남자들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것은 스스로 여자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를 제기했다.
『아직까지는 그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여성들이 강력해질 날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부단한 투쟁을 계속할 뿐이다』고 사회자는 끝맺음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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