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와 물의 심한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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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서울 등 대도시의 하늘이 다시 검게 물들만큼 대기오염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 해마다 겪는 일이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류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 굴뚝마다 시꺼먼 연기와 유독 「가스」를 거르지 않은 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의 한 조사에 의하면 서울 시내 모든 굴뚝에서 하룻 동안 뿜어 대는 유황 산화물·일산화탄소·분진 등 대기 오염 물질 총량은 2천8백52t으로 연평균치보다 50%, 여름철보다는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천여개에 달하는 고층「빌딩」·「아파트」·「호텔」·목욕탕 등과 6천여개에 이르는 각종 산업 시설이 「벙커」C유와 같은 저질 기름을 땜으로써 내뿜는 매연과 유독 「가스」가 전체의 58%를 차지해 서울의 겨울을 가공스런 「대기 오염의 계절」로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 당국은 액체 연료일 때 시간당 30ℓ, 고체 연료일 때 시간당 30t 이상의 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건물에 대해 집진·탈황 등 공해 방지 시설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소의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공해 방지법상의 의무 규정과 당국의 명령에도 아랑곳없이 공해 방지 시설을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시설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는 특히 많은 업소들이 당국의 조업 정지·고발 등 행정 제재가 두려워 눈가림으로 공해 방지 시설을 해 놓고도 얼마 안되는 전기료·약품값이 아까와 이를 가동하지 않고 그대로 유독 「가스」를 방출하거나 폐수를 방류하고 있는 실정이라 하는데 이 같은 행위는 국민 보건이나 기업 윤리면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같은 가면 행위는 어느면에선 애당초 공해 방지 시설을 하지 않은 것보다도 더 지탄받아 마땅하다.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공해 방지 시설을 해 놓고도 사용하지 않는 실례는 경비 절감을 위해 시설만 해 놓은 채 공공연히 가동을 하지 않는 행위를 비롯해서 방지 시설의 일부만 형식적으로 가동하고 나머지는 휴지 시키는 행위, 시설 일부가 고장나도 수리하지 않고 일부만 가동하는 행위, 그리고 약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만 넣어 가동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밖에도 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자격 공해 방지 관리인을 두거나 아예 관리인을 두지 않는 경우와 직원 가운데 한사람을 관리인으로 임명만 해 놓고 다른 업무에 종사시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공해 방지 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가 당국이 조사를 나가면 정문에서 암호로 연락, 눈속임을 하는 업소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정은 이 같은 사례도 피상적으로 적발된 것들일 뿐 더 교활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니 고의든 업소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이든 이 같은 눈가림이 공해를 추방하기 위해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서울시 당국이 공해의 계절을 앞두고 매연 다량 배출 업소에 대해 다시 한번 공해 방지 시설을 철저히 하도록 촉구하고 불가동 또는 하자 있는 공해 방지 시설 업소를 집중 단속키로 한 것은 이 같은 관점에서 지극히 적절한 일이라 하겠다.
이미 서울의 대기 오염도는 공장 지대가 국제 기준치인 0.05PPM을 넘어 0.07PPM을 기록했고 주거지역도 0.048PPM으로 한계선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공기는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심하게 오염됐다는 통계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당국의 보다 철저한 지도 계몽과 단속을 당부하고 매연 배출 업소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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