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도입의 자동 승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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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기술 도입을 적극 권장하기 위해 그 도입 절차를 점차 간소화시켜 결국 자동 승인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질적인 다양화가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정부가 모든 분야에 간섭하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며, 때문에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자유화·자율화의 폭이 넓어져야 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62년이래 우리나라에 도입된 외국 기술의 실태를 보면 모두 6백90건에 「로열티」는 8천7백57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중 70%는 일본에서 도입된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매우 낡은 기술을 8개 기업이 중복 도입한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 도입의 대일 편중과 낡은 기술의 중복 도입이 어찌해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했었느냐 반문할 때, 정부는 물론 관련 업계도 「기술」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대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본질적으로 기술의 개발과 보급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기술 문제를 소홀히 하는 한, 경제의 자립이나 대외 경쟁력의 궁극적 확보는 불가능하다.
우선 기술의 도입은 원칙적으로 기존 기술의 보급이라는 차원의 문제인 것이므로 기술의 개발과는 성질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기술 보급을 받는데 있어서 조차 낡은 것을 선택하는 수준이라면 기술개발이라는 것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맹목적성은 결국 정책의 소홀과 더불어 기업이 기술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소이라 하겠다.
남의 기술, 그것도 낡은 기술을 가지고 대외 경쟁을 하려 하니까 저임금과 국내 판매 가격의 인상이라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이윤 추구 방식을 일반적으로 좇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안이한 방법의 추구조차 이제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의 「기술」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은 물론,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새로운 안목을 갖추는데 힘을 더 쏟아야 할 것이다. 기술 도입이란 무엇보다도 기술의 토착화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며 모방의 기간은 짧을 수록 좋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술의 도입은 국내 기술의 개발을 위한 자극제 구실을 할 수 있을 때에야만 비로소 뜻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술 도입은 2차적인 기술이 아니라 산업화하기 직전의 l차적 기술이어야 한다. 그것을 판단할 능력을 시급히 갖추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정보의 조직화와 더불어 이를 국내 기업에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체계화가 서둘러져야 한다. 지금도 그러한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으로써 과학 기술 정보 수집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뿐만 아니라 그것을 국내 산업계에 보다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도록 인도해 나가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스스로 기술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서 항상 남의 기술을 모방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욕에 넘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새 기술을 도입해도 오늘날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보아 그 수명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 연구하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며, 기술의 자립화를 기업 스스로 추구하도록 기업의 기술 투자에 대해서는 조세상의 배려가 더욱 적극화되어야 한다.
기술 도입의 자율화는 기술적 모방의 영속화가 아니라 기술적 자립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기업과 정부는 기술관 자체를 새로이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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