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에 반입된 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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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형사고의 「러시」속에 21일에는 또 시내「버스」안에서 승객이 반입한 초산이 쏟아져 8명이 중화상을 입은 사고가 부산에서 발생했다.
도시시민들이 발처럼 이용하는 시내「버스」에서까지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주변에는 사고의 잠재성이 얼마나 널리 깔려있는가를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의 직접원인이된 초산은 자극성과 부식성이 강해 사고가 났다하면 큰 피해를 내는 화공약품이다.
때문에 자동차운송 규칙에도 사업자로 하여금 이런 유의 위험물을 승객과 함께 수송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승객이 소지하는 것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한규정이 언제나 한낱 형식적 법률조항상의 구비요건에 그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런 화공약품들은 대부분 보관상태가 엉망인데다 일반상품과 똑같이 시가중심부에 밀집된 상가에서 예사로 판매 거래되고 있다.
설사 제조과정에서는 전문가에 의해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해도 제조회사를 떠난 수송·판매·유통과정에서는 안전「제로」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화성과 폭발력이 강한 유류를 싣고 번잡한 도심지를 누비는 유조차, 낡은 용기의 「프로판·가스」등은 모두가 이번 「버스」안에서 터진 초산통과 마찬가지로 언제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지 모르는 「사고의 불씨」들이다. 이같은 사고요인의 무질서한 수송상태의 실증을 지난번 이리사건은 너무도 웅변히 말해주지 않았는가.
여기서 우리는 「안전」에 대한 사회전반의 의식이 아직도 여전히 지나치게 희박한 실정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새삼 뼈아프게 반성해야겠다.
특히 안전의식이 시설을 책임지는 기업주나 관리자에게만 있는 것인양 착각하는 사고부터를 경계해야겠다.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는 각종시설의 관리자와 함께 시설이나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나 소비자 개인도 똑같이 안전이행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실지로 「버스」안 초산유출사건만 해도 초산의 지입 승차를 막아야 할 의무가 법률상 운전사에게 있지만, 시내「버스」의 복잡한 운행실태를 감안할 때 운전사에게 승객의 소지품을 일일이 감별토록 기대하기란 사실상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물을 소지한 각 개인이 대중이 집합하는 장소를 피해야할 시민적인 양식과 의무를 가졌다고 해야할 것이다.
시민사회의 「모럴」이란 바로 이처럼 자신의 안전과 이웃의 안전을 함께 중요시한다는 일반적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회의 안전을 남에게만 의지하거나 형식적인 법규의 강화를 통해서만 기대해서는 그 사회자체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통감해야할 것이다.
수많은 인명피해와 수십억의 재산손실을 낸 이리역폭약사고나 장성탄광사고와 이번 「버스」속에 반입된 초산통 파열사고는 각기 다른 것 같으면서도 실은 공통의 뿌리를 가진 것임을 인식해야겠다. 문제의 초산통을 객차나 항공기안에 반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결과가 얼마나 가공할 참사를 몰고 올 것인가는 자명하지 않는가. 다시 한번 사회안전에 대한 국민적 각성을 촉구하는 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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