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외환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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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에 외환시장을 만들어 국내기업의 외화조달방법을 종래의 간접의존방식에서 국제금융시장에 직결하는 방법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홍콩」·「싱가포르」·동경의 외환시장에 이어 서울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을 30∼40개로 늘려 인가하는 한편, 종합금융회사 4∼5개, 국내 외국환은행 15개, 합작보험회사 2개사 등 모두 70개 기관이 서울시장을 구성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초적인 업무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 외환선물환제와 국내「유전스」제의 확충, 그리고 은행간 거래의 확충조치를 단계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국내금융이 서울시장을 통해 국제금융에 직결되도록 할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이 또한 국제금융시장과 직결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국제화해 가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필요한 측면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 그러한 장기적 필요성만 가지고 곧「서울시장」을 개설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기 적어도 기본적으로 점검, 평가해야 할 대목은 모두 깊이 따져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와 같이 외환집중제를 실시하고 있는데다가 무역자유화나 외환자본자유화의 조건을 아직 못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서울외환시장이 형성된다면 그것에 어떤 기능을 기대할 것이냐를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우리가 IMF8조국으로 언제 넘어갈 수 있겠느냐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장의 실질적인 내용이야 어떠하든, 모양을 갖추겠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려한다면 간단한 일일지 모르나 시장이 제 모습을 갖추도록 하려 한다면 본질적인 검토가 없을 수 없다.
다음으로 자본자유화를 전제로 할때, 외국은행의 국내여신규모를 국내정책이 실질적으로 조절하기 힘드는 문제가 제기된다. 왕년의 「실론」의 경우처럼, 시중은행을 실질적으로 통제 못하는 금융당국이 되어 통화·금융정세에 대해 정책이 공전해야 했던 경험을 서울외환시장의 본격화로 우리가 되풀이하지 않을 구체적인 수단은 무엇이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그동안의 경험은 결국 외국은행의 영업기금제한과 「스와프」한도의 조정으로 그러한 모순을 완화시켜 왔던 것이나, 외환시장을 육성하려하고 또 그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본자유화를 해야한다면 그러한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조절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더우기 우리의 금리제도는 최고 금리규제방식이기 때문에 외국은행의 국내여신금리가 필요에 다라 국내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여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금리경쟁관계가 파생한다면 국내금융기관은 매우 어려운 여건에 빠져들어 결국 외국금융기관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 장기적경향성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이러한 장기적인 문젯점에 대응키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국내금융통제방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도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경직적인 금융통제로 말미암아 시중은행의 자율적인 경영능력은 저하일로에 있어 어떻게 보면 당국을 바라보기만 하는 『해바라기 경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영체제의 국내 금융기관이 아무런 경영상의 축적 없이, 완전한 경쟁사회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외환시장과 국내금융시장을 이원적으로 다룬다면 또 모르나 일원적으로 다루어 나가려 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자립성·자율성을 키워 나가는 별도의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서울외환시장의 형성에 큰 뜻이 없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국내금융에 대한 정책이 근본적으로 국제화시대에 부합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이들 기본적인 문젯점들을 잘 분석 평가해서 서울외환시장 형성문제가 장기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파생할 여지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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