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막아라" 각국 특단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국제공항에 착륙한 도쿄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네명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알려진 괴질과 유사한 증세를 호소했다.

공항당국은 즉각 이들을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방역에 들어갔다. 비행기조차 입국 게이트에서 멀리 떨어진 활주로에 세워둔 채 실시된 방역이었다. 검역이 까다로운 미국에서도 전례가 드문 비상조치였다.

문제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검사 결과 괴질과 상관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CNN 등 미국 방송은 이 비행기에 대한 방역 전 과정을 현장에서 생중계로 보도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지방보건국 관계자는 "괴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확산되고 있어 온 신경이 곤두선다"면서 "중앙 보건당국으로부터 전력을 다해 모든 예방조치를 취하라는 방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괴질이 무서운 속도로 지구촌을 휩쓸며 확산됨에 따라 각국이 특별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태국은 1일 괴질 발병 지역에서 입국한 내국인들에 대해 '자택연금'과 다름없는 2주간 격리 조치를 내렸다.

수다랏 케유라판 보건부장관은 이날 "괴질은 전염병이나 다름없다"며 "해당자들은 괴질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잠복기간(약 2주)이 끝날 때까지 직장이나 학교 및 공원 등 공공장소 출입을 강제로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첫 괴질 환자 사망 지역인 홍콩은 환자를 격리시키기 위해 여섯곳의 수용소를 설치키로 했다. 이미 1일 시궁(西貢).리위먼(鯉魚門)에 마련된 수용소에는 3백여명의 환자가 수용됐다.

싱가포르에선 초.중.고교 전면 휴교령에 이어 대학 한 곳도 임시 휴교토록 조치했다. 미국은 홍콩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주재하는 비(非)필수 외교관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AP통신은 2일 괴질 감염자가 22개국 2천2백여명(사망자 최소 78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괴질 대처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에 비난이 빗발쳤다.

토미 톰슨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은 괴질이 처음 발생한 나라임에도 몇 달 동안 병원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대응책 마련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뒤늦게 중국 보건당국은 2일 중국 광둥성 등에서 지난달 12명이 괴질로 목숨을 잃었다는 발표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지 실사 요청을 수용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