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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커트라인」제의 폐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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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9학년도부터 대학입시제도에 상당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고되었다. 28일 국회문공위에서의 황 문교의 발언이 그것인데, 그는 79학년도부터 대학 및 전문학교의 학생정원을 크게 늘림과 동시에 대학예시의 「커트라인」제를 폐지할 것과 체력장점수를 대폭 내릴 것 등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먼저 대인예시의 「커트라인」제를 없애, 학생들이 자기점수를 가지고 각기 지원하는 대학에 응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극히 타당하고 현실적인 정책전환이다. 주지하다시피, 매년 대학입학 정원의 2백% 내외를 합격 선으로 해오던 현행 대인예시제도란 엄밀한 의미에서의 대학입학 자질검정제도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년간의 실적이 증명하는바 예비고시에서의 평균성적 50점 미만(백점만점 환산)의 합격「커트라인」이란 교육적으로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수많은 고교졸업생들에게 대학진학에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모순 등 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강요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대학입시에 앞서 필수적으로 예시를 거치게 하되, 그 성적을 가지고 각기 자기가 지원하는 대학에서의 전형을 받게 한다는 것은 현행 대입예시제의 1차적 학과성적평가기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이 제도에 내포된 여러 문제점들을 일거에 제거하는 묘방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점, 우리는 굳이 79학년도를 기다릴 것 없이 다가온 78학년도부터서라도 서둘러 이 방안을 시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최근에 발표된 재수생의 갈등에 관한 한 연구보고(77년6월·서울청소년회관)는 예시를 포함한 대학입시과정에서의 낙방경험이 이 나라 청소년들에게 신체적·정신적인 고통과 대인관계의 저해 등 여러 우려할만한 부작용을 빚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5백11명의 조사대상자중 체중·시력·소화기능 등 신체적 기능에 장애를 받은 자가 51%, 우울·불안·주의집중력 장애 등 정신위생상의 고통을 호소한 자가 44%∼54%, 그리고 부모형제·친구·주위사람들과의 사이에 갈등관계를 의식한다고 대답한 자가 각각 18∼23%, 53∼66%, 43%라는 놀라운 숫자인 것이다.
인용된 조사대상자는 모두가 이른바 「재수생」으로서 현재는 대학재학중인 자들임을 고려할 때, 하물며 대입예시과정에서 제도적으로 불필요하게 만들어진 예시 낙방생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그들의 사회적 「말라저스트멘트」(부적응)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는 상장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78년도의 대입예시수험자 34만1천여명(예상) 중 이 무의미한 「커트라인」제로 말미암아 불합격될 19만여 명의 예시낙방 생들에 대해서도 미리 손을 쓰는 일이 얼마나 적극적인 교육시책이겠는가.
다음으로 체력장점수를 종래의 20점에서 12∼13점 정도로 대폭 인하하겠다는데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단1점이 아쉬운 대학입시에서 최고 10점까지 차이가 나도록 돼있던 체력장점수 때문에 적지 않는 희생자까지 내게 했던 기왕지사에 비추어서도 이는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그러나 비록 2∼3점의 근소한 차이일망정 그것이 대학입학의 당락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면 결국 종래와 같은 불상사를 근절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기본이 지·덕·체의 조화에 있는 이상 학교교육 과정에서의 체육과목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함은 물론이나 이를 직접 체력장제도와 관련시키려는 데는 그러므로 여전히 문제가 있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체력장제도의 개선과 강화를 지지하면서도 그것을 대학입시와 직결된 점수제로 하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찬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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