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이항성·강정완씨 「파리」서 개인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재불 한국화가들은 이번 가을 다채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강정완씨는「피카소」와 「샤갈」 등 당대의 거장들이 「파리」전을 한바 있는 「마르셀·베른하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문신씨도 「그랑·파레」에서 열린 「현대의 대가와 청년전」에 조각의 대작을 참가시켰으며 이항성씨는 주불한국 대사관화랑에서 시판화전을 가졌다.
75년 국전 대통령상수상작가인 강정완씨는 지난 1년 동안 「몽파르나스」의 조그마한 화실에서 총45점의 신작을 「파리」화단의 「데뷔」작으로 선을 보였다. 지난 19일부터 열리고있는 이 개인전은 독특한 화풍으로 상당한 평가를 받고있어 강정완씨의 「데뷔」는 성공한 셈이다. 미술평론가 「로베르·브리나」는 『이미 서구인들 눈에도 강씨는 굉장히 귀중한 자질을 가진 작가이다. 근본적인 「메시지」로 진정한 정신을 가장 중요시하는 한 문명의 영혼이다』고 월간『예술에의 「비전」』지에 쓰고있다.
지난 9월l5일부터 한달 동안 열린 「현대의 대가와 청년전」에 문신씨는 대가로서 초대되었다. 문씨의 출품작은 흑단재를 썼지만 작품을 떠받친 바탕 자체도 하나의 조각으로 구성, 주목을 끌었다.
특히 문씨는 79년 영주귀국을 앞두고 고향인 마산에 그의 기념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역작을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항성씨도 10월15일부터 1개월간 한지그림과 시 만화 등을 전시 중. 김소월의 『먼 훗날』, 조지훈의 『승무』 등 한국 시 13편이 시 만화 속에 각기 아름답게 담겼다.
이밖에도 한지와 판화 및 유화가 총1백13점이나 전시되었다. 한국적인 멋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화백은 서독·「스웨덴」 등 순회전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는 이달 말 막을 닫는 「파리·비엔날레」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은 전위작가 정재규씨(『계간미술』근무).
그의 사진작품은 「파리·비엔날레」무용 논을 들고 나오기까지 했던 초전위와는 달리 잔디를 사진 속에 예술적으로 담은 서정으로 호감을 받았다.
「프랑스」의 가을화단에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응노의 활동중단이다.
지난 8월초 백건우 부부 납치미수사건직후 행방을 감춘 이·박 부부는 고려화랑과 동양학원의 문을 아직 굳게 닫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불의 제2회「타피스리·비엔날레」에도 초대작품을 내지 못했고 9∼10월 2개월간 「스위스」의 「라·쇼·드·퐁」에서 예정되었던 개인전도 무산되어 지금까지 쌓아왔던 「한국의 이」라는 「이미지」가 무너져 가는 느낌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