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떠나는 송명근 교수 "중국도 가지만 한국서 개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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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CARVAR)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법을 개발한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17일을 마지막으로 건국대병원을 떠난다.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현재까지 언론 보도 내용에 따르면 송 교수는 중국으로 떠난다. 중국 회족자치구 인촨시의 제1인민병원 그 밖의 특별한 정보는 없다.

송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중국도 가지만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도 가고, 한국에도 병원을 조그맣게 개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의 카바센터는 중국 내 두 곳에 세워져 있다. 중국 회족자치구 인촨시의 제1인민병원의 카바수술센터, 헤이롱장성 무단장심혈관병원의 카바수술 전문병동 이렇게 두 곳이다. 송 교수는 "이 중 인촨 카바수술센터는 카바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내가 건국대병원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양쪽 다 수용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건국대병원은 그간 자신의 기술을 의료진에게 전수했기 때문에 굳이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 지난해 3월, 송명근 교수가 인촨제1인민병원에 마련된 카바수술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촬영=정심교 기자]

하지만 중국 병원에서 상주하려는 계획은 아니라는 게 송 교수 진언이다. 그는 "한국에서 1주 근무하고 중국에서 1주, 미국·유럽 등지에서 1주 근무하는 식으로 세계를 돌며 카바수술을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에는 슬로베니아· 독일·일본·러시아·동남아 등 카바수술에 대한 러브콜을 하는 국가 및 지역도 한 주 단위씩 스케줄링해 한국에서 1주, 외국에서 2주 머무는 식으로 스케줄을 짤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1주일간 근무한다는 곳은 어디일까? 송 교수는 "신촌에서 6월 15일 이후 조그맣게 병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간 한국에서 송 교수에게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는 총 1만3000명. 이들 중 환자 8500명에 대해 수술 후 심장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팔로우업해주기 위해 개원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그대로 두고 떠날 수 없어 병원을 하나 차려서 그들을 지속적으로 진료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소는 신촌로터리의 병원건물 6층이다. 이 병원건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허갑범 내분비내과 전문의(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차린 곳으로, 송 교수와 허갑범 전문의는 사촌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송 교수는 "원래는 허내과인데 내과뿐만 아니라 신경과, 혈관내과도 있고 검사실도 갖춰져 있다"며 "건물 6층에 '송명근의 심혈관외과전문의원'(가칭)이 차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명근의 심혈관외과전문의원은 6월 15일 이후 오픈하며, 현재 내부시설을 정비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 송 교수는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의 심장 건강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카바수술을 집도하지는 않는다.

송 교수는 "한국에서는 카바수술에 대해 환자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해 재료값을 내가 사비로 대줬다. 그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며 "하지만 더 이상 한국에서 재료값을 대줄 여력도 없다. 더 이상 내 돈을 매꿀 수 없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중국은 카바수술센터를 차려주는 등 카바수술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나를 전폭 밀어주니 당연히 중국으로 가게 됐다"며 "국내의 좋은 의료기술(카바수술)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3월, 송명근·신제균 건국대병원 교수 등 일행이 새로 건축되는 카바수술 전문병동(가장 큰 건물모형) 모형을 보고 있다. [촬영=정심교 기자]

▲ 송 교수의 카바수술 장면을 카메라를 통해 무단장심혈관병원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생중계하는 모습.[촬영=정심교 기자]

카바수술의 보험혜택 여부를 놓고 그간 갈등을 벌여 온 정부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한마디 더 했다. "복지부가 미워서 해외로 떠나는 건 아니다. 복지부도 나름대로 카바수술에 대한 보험 적용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송 교수는 말했다.

이제는 원망도 다 없어졌다는 것. '언제까지 불필요하게 갈등할 필요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전 세계로 나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누구와 싸우고 그럴 여력도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세계 곳곳에 심장수술 카바센터를 지어 전 세계 판막질환자를 모으고, 카바수술 교육센터를 지어 수술법을 전파하는 게 그의 큰 그림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국대병원은 끝까지 날 도워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15일 고별강연회 겸 송별회를 끝으로 건국대병원에서의 공식 대외행사는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세계 최초로 카바수술을 개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심장 전문가들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에 휩싸이며 의료계와 정부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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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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