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상의 교육비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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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에 있어서 교원의 충원·시설의 정비·교육내용의 개선 등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향상을 위한 기본조건은 무엇보다도 교육재정의 강력한 뒷받침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교육은 전반적으로 만성적인 재정결핍상태를 타개하지 못함으로써 교육계획의 안정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한지 오래다.
교육에서 필요로 하는 재원을 조달하지 못함으로써 야기되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교실 부족, 그들을 가르치는데 사용돼야 할 교재·교구의 부족과 미비, 그리고 우수한 교원의 확보난 등 한 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모두 결과적으로 국민의 교육기회를 제한하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하고, 나아가 국가발전에 큰 정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재정을 안정시기는 문제는 현 시점에서 당면한 국가적 중대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내년도에 중·고등학교 수업료를 올해 보다 25%정도 올려 사립 중·고교의 인건비부족과 교원 처우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문교당국의 방침도 이 같은 교육재정 불안상태의 심각성에 대처할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더구나 일반물가의 상승추세와 함께 급격한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교육재정확보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학교교육재정의 안정화를 위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워 학부모들에게 무리한 학비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물론 내년에 예정된 수업료인상으로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초과부담은 월액으로 치면 1천2백∼1천9백원 정도로, 보기에 따라선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것은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학부모가 전체 국민의 4분의1을 차지할 만큼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을 상기한다면, 일률적인 수업료인상은 대부분의 서민가정에는 부담의 역진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무리한 지출을 요구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교육계의 현실은 수익자인 학부모들의 직접적인 학비부담을 점차적으로 감소시키면서 공교육비 부담의 강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현실은 취학인구의 급팽창과 교육기회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비추어서는 물론 안보적 측면에서도 수년 안에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화가 필수적인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무교육기간 연장의 기반조성을 위해서도 학부모의 부담은 지금부터라도 감소시켜 나가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환구적이고 강력한 교육재정의 확보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볼 때 교육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예산에 대한 교육비의 부담을 현재의 16%선에서 적어도 20% 이상의 수준으로 인상, 이를 법제화함으로써 교육재원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하겠다.
8·3조치로 중단된 이른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한 법정교부율(내국세총액의 12·98%)의 환원조정문제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국세의 소비세체계가 부가가치세제로 전환됨에 따라 탈누세원의 양성화 등으로 국고사정은 현저히 완화될 것이 예상되므로 이 방안의 실천이 그다지 어렵다고만 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방세수입액의 일정비율을 교육비로 충당하는 방안도 바람직할 것이다.
지방자지단체의 기능이 지역개발을 촉진하고 주민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있다는 점에서도 지방교육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당연히 강화돼야한다.
오늘날 선진외국의 거의 모든 나라가 이러한 방법으로 교육시설을 확충시키면서도 국민부담은 오히려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유의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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