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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30년…북한의 사회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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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토통일원은 18일 이용희 장관과 관계학자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남북이질화문제「심포지엄」을 가졌다. 통일원은 「남북이질화현황」이라는 보고서에서 『분단30년이 경과하면서 정치·경제·사회 및 민족관·역사·언어·예술 그리고 교육·의식구조 및 가치관과 개인 및 사회생활양식 전반에 걸친 남북이질화현상이 심각한 상태에서 통일문제는 북한이 주장하듯 일시적·정치적 통합으로는 불가능하며, 정치적 통일에 앞서 민족의 이질화를 극복, 동질성을 회복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질화에 관한 통일원 보고의 요지.
▲역사=왕조사를 거부함은 물론 역사의 주체를 무산계급과 인민대중에 국한시킴으로써 역사과정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했다. 그들은 우리역사의 연대를 원시공동사회·중사봉건사회·근세자본주의사회·현대공산주의사회 등 4단계로 구분했다가 뒤에 원시공동사회 다음에 고대노예사회를 추가했다.
그들은 평양정권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구려시대를 부각시켰고 노동자 농민의 계급투쟁사를 강조키 위해 왕조 사의 측면을 무시했고, 근대사와 현대사 부문에선 김일성 체제의 유지명목을 합리화하고, 김일성 가계의 행적을 날조하기 위해 김일성 빨치산 투쟁을 부각시키는 등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조 말 병인양요 때 미국상선 「샤만」호가 대동강을 거슬러올 때 평양관찰사주도하에 이를 격퇴시켰다는 것이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나 그들은 김일성의 조부 김응우가 「샤만」호를 격침시켰다고 주장하고있다.
3·1운동 역시 북한에선 그 동기가 33인의 주동이 아닌 소련의 10월 혁명의 영향에서 일어난 운동이며,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이끌었다는 국민회를 조작하여 이것이 3·1운동을 촉진시킨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어=그들은 54년 소위 조선어철자법을 제정, 33년이래 시행되어오던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완전히 폐기하고 두음법칙을 무시, 자모의 수효도 24개 자모를 부정하고 40개 자모를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언어의 이질화현상의 몇 가지 예를 들면 우리가 사용하는 「무질서하다」는 말을 북한에선 「무연하다」라고 하고, 전시물을 「직관물」, 솔선수범을 「이신작칙」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버이라고 할 땐 친부모를 말하나 북한에선 김일성을 가리키고 있으며 처녀의 호칭으로 쓰는 「아가씨」란 말도 그들은 봉건사회의 잔재용어로 취급하고 있다.
▲문화예술=고전평가에 있어서도 그들은 계급 투쟁성을 강조키 위해 「흥부전」을 착취 계급과 인민간의 대립투쟁이라고 해석, 대대적으로 보급시키고있고 「홍길동전」을 마치 봉건적 신분제도에 반대하는 농민의 봉기를 묘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수천 년 전부터 이룩한 유교 불교문화와 근세이후의 기독교문화를 부정, 말살시켰으며 김일성 우상화에 필요한 유적들을 문화재로 선정, 보관하고있다.
예를 들어 김일성 생가지역일대를 성역화하고 백두산일대를 김일성의 혁명근거지로 지정했고 신천과 해주의 혁명박물관에는 6·25전쟁의 참상을 수록하고있고 김일성 가계를 우상화하여 김일성의 전처인 김정숙 등의 묘지를 혁명열사 능이라고 성역화 했다.
▲교육=북한교육의 특징은 교과서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데「우리들이 언제나 보고 싶은 원수님」 「학습 실에는 원수님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미제가 있는 한 남조선인민들의 보람은 없다」는 등 김일성 우상화, 반미·반일투쟁의식의 고취 등으로 점철돼 있다.
한국의 국민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12권의 국어교과서엔 이순신 장군이 36번, 세종대왕이 32번이 나오는 등 역사적 인물이 무수히 등장되어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하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는데 반해 북한 인민학교 1학년에서 5학년까지의 국어교과서엔 역사적 인물은 전혀 없고 김일성이 7백44번, 적개심을 고취하기 위한 무슨 무슨 「놈」이란 말이 2백87번, 사회주의가 2백70번, 미제 미국놈이 1백39번이나 나타나있다.
▲가치관=40대 이상의 소위 구 세대들은 아직도 전통질서를 존중하여 조상을 숭배하는 경향이 미미하나마 남아있으나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연로한 분들을 존경한다기보다는 혁명적 동지로서 보고있고 오로지 김일성 숭배 뿐 조상경배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소유권=54년 내각결정40호에 의해 농업을 협동화시킴으로써 개인의 소유권은 완전 말살됐다. 72년 개정헌법22조는 「개인소유는 근로자들의 개인소비를 위한 소유」라고 규정함으로써 배급제에 의한 공급이외에는 소유물이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종교=그들 정치용어사전을 보면 「북반부에선 이미 종교가 없어졌으나 남한엔 계속 남아있어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기독교연맹 불교도연맹과 같은 위장종교단체를 두어 대외선전에 활용하고 있다.
▲개인과 가정생활=북괴는 46년에 이미 탁아소규정을 재정, 생후 1개월부터 만3세까지의 어린이들을 탁아소에서 집단양육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50년엔 전 주민에 대한 노동기준량을 설정, 의무노력동원을 강제화 했고 53년엔 전 주민의 직장이동금지에 관한 법령을 채택했으며 58년엔 5호 담당제를 실시, 개인생활과 사상동태를 감시하는 조치가 취해짐으로써 개인의 권리는 완전히 부정되었다. 또 46년에 남녀평등에 관한 법령을 공포하여 여성노동을 강요함과 아울러 가정에서의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위치는 점차로 이탈되어갔다.
48년엔 우리고유의 호적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에 개인단위의 공민증제도를 만들어 전통적인 가문을 단절함과 동시에 가족개념을 없앴다.
▲생활양식=그들은 사회성원으로 노동자·농민·근로「인텔리」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일반자유민은 인정치 않고 있다. 주민을 핵심계층·기본계층·복잡한 군중이라는 적대계층으로 3대별, 주민의 성분을 완전히 분류하여 감시·통제체제를 더욱 강화시키고있다.
▲주민생활=의류생산은 단일체계와 되어 계층별로 배급제가 실시되고있으며 여성에게는 제복화된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가 남성은 소위 「레닌」복과 「레닌」모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곡물의 배급제와 양권 제도를 전 도시주민에게 적용하여 밥 공장에서 아침저녁을 타먹는 식생활이 강요되고있다.
▲관혼상제=북한은 전통적인 관혼상제를 완전히 말살했다. 혼례는 당사자가 배우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속단체나 직장의 당 위원장에게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혼연령도 정무원결정에 의해 남자는 32세, 여자는 28세가 넘어야 결혼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례는 이용가치가 다한 노동력이 소진한 물체를 처리하는 절차로 간주하기 때문에 고인을 애도하기보다는 하나의 주검을 매장하는 사무적인 일로 취급되고 있다.
1일장을 원칙으로 하고 편의협동조합에서 경영하는 장례부가 공동묘지에 매장하거나 화장해 버린다. 제례는 미신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명절=설날·추석·한식절에 행해지는 차례와 성묘는 허례와 낭비로 간주, 일체 인정치 않고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 김일성 생일인 4월15일을 공휴일로 하여 각종 축하행사와 선물 보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또 5월1일을 국제노동절로, 9월9일을 북괴정권 창설일로, 10월10일을 노동당창건일로 정해 요란한 기념행사와 경축놀음을 벌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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