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뇌동 매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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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의 증권거래고가 사상 최고로 1백억 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증시 및 투자자의 체질과 생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를 던져 주고 있다.
하루동안 9백41만주에 1백2억 원 어치가 거래되고, 종합주가 지수가 1·6「포인트」가 올랐다는 현황을 결코 건전한 세시발전의 상징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증권시장이 활기를 떠는 것은 자본사장의 육성이나 증권 인구의 확대를 위해 소망스러운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13일의 폭발적 현황은 단기 투기자금에 주도된 뇌동 매매가 주류를 이루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증시에 어느 정도의 투기요인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해도 단기투기가 주류를 이루는 구조에선 건전한 증시발전이나 주식 대중화 등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 대금의 급격한 유인에 따른 주일의 급변이나 투기「무드」의 만연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증시발전에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이다.
13일의 주가 폭등과 거래급증은 신규 해외건설면허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신규로 해외건설 면허를 받은 업체는 거의 예외 없이 상종 가를 기록한 반면 탈락 업체는 하종가로 급락했다.
해외건설 업체가 모두 중간에서 떼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에서 신규 해외건설면허는 확실히 주가에 호재이기는 하다.
그러나 해외 건설면허를 탔다는 것은 중동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것이지 건설 공사수주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실제 건설공사를 펴기 위해선 지금부터 중동 등에 나가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날로 치열해 가는 경쟁 속에서 공사를 하고, 또 투자자가 기대하는 만큼의 많은 이익을 남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주가가 오르고 투기「붐」이 선다는 것은 뇌동 심리에의 연승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중간진출 업체의 수익이 과장 인식되어 주가가 이상 고가를 이루고 있는데 대한 환상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현 건설주가 한결같이 이상고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수익과 배당 전망에서 과연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신규면허 업체는 후 발 참여업체인 만큼 그 나름대로 「핸디캡」이 있을 것이다. 투자자가 이 점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기업공시 제도의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
투자자는 증권투자에 따른「리스크」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만, 이들이 정확한 기업내용과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 또 증권 당국도 건전한 투자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증시과열과 주가 이변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대책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의 증시사태와 관련, 투자자가 해외 건설면허 취득에 갖고 있는 지나친 환상을 정확히 깨우쳐 줄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주식투자의 주류가 매매이익을 노린 단기적 투기에서 기업수익성·배당 성을 중 기한 장기적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더욱 아쉽다.
그러한 근원적인 전환 없 인 증시의 건전한 육성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액면가의 몇 배씩 되는 주가로는 배당수익을 바라보는 투구 적 주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소 증시의 양적 성장이 늦고 불황이 아니더라도 투자 분위기의 건전화부터 도모하는 것이 증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오히려 더 소망스러울 것이다.
또 증시의 과열이 과잉 유동성과「인플레·무드」에 원천적인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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