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부터 실시키로 한 외화 예치 제는 비록 적절한 시의를 얻지 못한 흠은 있으나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에는 유력한 대응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외환매입 집중 제 아래서는 일시적인 대외 수지의 호전이 대내외 균형을 한꺼번에 흔들어 놓을 수 있으며 실제로 76년 이래의 국내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국제수지 호전기의 외환「인플레」는 개도국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 예컨대 환율정책이나 기타 국제수지 조정정책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데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있다.
외환 예치 제는 이를테면 변칙적 비장 수단의 절정에 속한다. 그것을 원칙으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는 국제금리와 국내 이자율의 격차가 크다는 데 있다. 상당한 금리 격차가 존재하는데도 수입 의식을 동결한다는 것은 분명한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현행 집중관리 체제하에서 취할 수 있는 매우 한정된 선택의 하나로 판단된다. 그것은 국내 균형의 파괴를 최소한으로 막으면서 대외 균형을 개선하는데 이 제도만큼 직접적인 효과를 뛸 만한 방식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올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외화 자산의 큰 줄기가 주로 해외 건설 용역수입에서 비롯되고 있어 통화 불안정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음은 알려진 대로 다. 연간 10억「달러」를 상회하는 순외화자산 증가만으로도 전체 통화량의 25%가 늘어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사실상 매우 심각하다.
9월말 현재 이미 연율 50% 수준까지 급팽창한 통화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위험하다. 4·4분기에 집중된 각종 철거 요인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통화당국은 재정 집행의 평준화 시책이나 재정증권 발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예년과 같은 재정 독주가 지속되는 한 연말 통화량을 목표대로 유지하기 힘들 것은 자명하다.
이 시점에서 외화 예치 제가 다소 세련되지 못한 물리적 행정조치 이기는 하나 불가피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예치 제가 당 장의 통화 억제에는 유용한 처방이 될 수 있어도 어디까지나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돈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 제도는 통화 추이를 보아 가며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해당 업계의 일방적 불이익이나 형평의·상실로 인한 부작용을 세심하게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한부로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이점을 고려한 결과로 보이나 예치 비율이나 금리·기간 등에서 더욱 신축성을 가질 수 있게 운영 방식을 검토해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반면 이 제도에서 규정된 예외 또는 면제조항, 예컨대 해외건설비용·용역비용, 또는 차입상환 등 제반 예외조항이 남용될 소지도 없지 않으므로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이번 동결대상에 포함된 수출 선수금은 주로 국내 금융의 한도와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자금 수급의 균형을 함께 높여 가야만 실효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