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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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 마리의 새를 나는 질식시켰다.
그것은 나를 사랑하지 않은
이 빠진 망각
눈 먼 망각
지체없이 눈물로 변하는
침묵의 중기
너는 그때 잔잔한 호수와도 같이
암흑 속에 누워 있었다.
너를 키스할 때 너의 습기는
사상이 아니다
고산도 아니다
육욕은 더욱 아니다
절벽 가에서 이루어지는 포옹은
결코 힘든 것이 아닐지니…
× ×
네게는 칼날이 있어
사랑스런 위험이 뒤를 따른다
너의 꽃봉오리에는
언제나 평화의 역할이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나는 너를 갖고 있다
가장 자리에서 너는 존재로서
나를 대한다
가장 자리에서 너는 여인으로서
나를 대한다
너의 날개는 팔
나의 것인
이 대기에서 너는 사랑스런 고집을 부린다
너의 입술 아래 깔리 이빨을
내가 잊어버릴 때
너의 뺨은 순수를 높이 올리며
혈투에 젖는다
내일, 나를 기다리지 말라
나는 잊고 또 잊으리
아니, 태양이여!
형상이 상승하는 만면의 흑백으로
상승할 때
나를 기다리지 말라
버림받은 유체의 키스로
주림을 달래고
사라진 목소리의 그림자
나의 뒤를 쫓을 때
천국은 나를 만나리

<장선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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