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안되고 유통구조 체계 안 잡혀 책값이 너무 비싸다-출협「세미나」서 한의영 교수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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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4일부터 1주일간은 제23회 「독서주간」이다.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출판문화협회는 「독서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23일 「출협」강당에서 『출판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한의영 교수(서울대경영대학원 경박)는 『우리나라도 도서유통구조의 실태와 그 향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책값이 너무 비싼」우리나라 출판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다음과 갈이 분석 비만했다.
우리나라 도서출판실적은 66년을 1백으로 한 지수상으로 볼 때 76년에는 5백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우리나라 독서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그러나 이 같은 도서출판 부수의 증가가 곧 독서를 통한 우리 문화수준의 국제적 향상으로 보는 것은 오산이다. 60년대의 출판 양과 그 발행 부수라는 것이 애당초 국제수준의 최하위였기 때문이다.
우선 가까운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76년 일본의 도서 총 발행 부수가 7억2천9백만 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천7백만부였다. 또 출판 총 종류도 일본의 3만7천 종에 비해 우리나라는 1만3천 종이었으며 종당 발행 부수도 일본의 2만부에 우리나라는 2천8백부였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의 평균가격은 한국 1천3백68원, 일본 8백21「엔」(1천5백60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출판업계가 아직도 대량생산과 대량판매를 통한 「규모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한 체제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한국이 일본의 출판업계와 비교해서 종당 발행이익이 응당 유리하거나 아니면 저자에의 인세지불액이 국제수준 이하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종당 평균가격은 우리나라의 출판현실로 볼 때 지나치게 비싼 값이며 현재수준에서 더 하향 책정될 수 도 있다고 봐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도서의 「덤핑」 해적판의 출판 판매다. 도서 「덤핑」경로는 본래 군소출판사의 경영부진에 따른 자금난으로 인해 투자된 도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다가 파생하게 된 한국적 도서유통 경로의 전형이다.
그러면 이같은 우리나라 도서유통구조의 문제점은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가. 우선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도서유통구조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적절한 질과 양의 도서(Product)를, 적절한 가격(Price)으로, 적절한 경로(Place)를 통해 적절한 방법 (Promotion)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같은 4P의 도서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개별기업의 양심적 활동의 대상일 뿐이지 강압적이거나 정책적인 강요의 소산으로 나타날 수 없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다음 서적상의 입장에서 보면 4P활동의 올바른 전개와 함께 정가판매를 유지함으로써 「덤핑」판매나 기타 유통질서의 문란을 막기 위한 이른바 재판매 가격유지제도(재판제도)의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그러한 재판제도의 도입을 전제로하여 소매상 「마진」(서점 이윤)이 더욱 상향적으로 책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정책적인 지원으로써 출판사와 서점의 자발적인 유통구조 개선노력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첫째는 도서공급 망의 정비지원이며, 둘째는 독서환경의 개선적 지원이다.
첫째의 경우는 업계의 공동투자에 의한 대형도매상(판매회사)의 설치를 추진케 하는 정책적 지원이며 둘째의 경우는 공공도서관 증설 독서「캠페인」 저질도서유통의 규제 등에 관한 정책적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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