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자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천억원에 가까운 유휴대금을 어떻게 산업자금화 할 것인가는 물가 및 통화문제와 관련하여 서둘러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2천억원의 돈이 실업자금 「채널」로 들어가지 못하고 증권 부동산등 투기요인을 찾아 몰려다님으로써 생산기업들은 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는데 다른 한편에서 유동성이 넘쳐흘러 「인플레· 무드」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휴대금 문제가 금년들어 이토록 심각화한 것은 통화공급경로에 문제점이 있는데다 앞으로의 물가전망에 대해 전반적 불안감이 만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년들어 물가에 매우 예민한 생명보험과 단기금융의 저축증가율이 매우 부진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년의 통화공급 경로를 보면 해외부문에 주도되고 있다. 8월말까지 통화가 2천5백77억원 늘었는데 이중해외부문의 증가액만도 2천6백5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통화문제의 가장 핵심은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있다.
외환부문에의 통화증발은 외환수지의 호전에 의한 보유고의 증가에 기인된다. 8월말까지 외환수지상의 경상거래는 12억4천2백만「달러」의 흑자가 났으며 외환보유고는 8억1천6백만「달러」가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환수지의 흑자가 과연 우리나라의 국제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또 이토록 많은 외환흑자가 소망스러운 것이냐엔 많은 의문이 있다.
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설비투자마저 침체상태에 있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국제수지상으론 상반기 경상거래에서 1억7천3백만「달러」의 적자가 났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엄청난 외환 흑자는 정책적 허점에도 큰 원인이 있는 것이며 이것이 통화팽창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아야겠다.
금년들어 7월말까지 「크레디트 라인」이 8억2천만「달러」, 단기외화부채가 7천만「달러」, 무역신용이 1억9천만「달러」나 증가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외상의 증가는 금융긴축의 돌파구를 해외부문에서 찾으려 하는데 기인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금이 일부 수출관련 부문에 편중됨을 나타낸다.
또 해외건설 수출확대에 따른 송금증가도 통화증발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은 외환집중 매상제 때문에 가속되고 있는데 이를 예감제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통화압력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외화예치제로의 순조로운 전환은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는 수출상사들이 외화예치에 따른 환「리스크」의 이익보다 그것을 원화로 바꾸어 얻는 금리 등의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자발적인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또 무역신용 등이 원화 금융 때문에 많이 조달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외화 예치제를 통해 통화증발을 억제하려면 입금액의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묶든지 또는 외대예치에 대해 보다 많은 이익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 앞으로 계속 늘어날 인력송금을 장기저축으로 근원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외환수지에서 통제된 과잉흑자가 나지 않도록 무역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융통성 무역신용을 규제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방법이다.
최근의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은 만성적 외환적자에서 벗어나는 전환기의 정책조정 미비에도 큰 원인이 있으며 이것이 「인플레· 무드」에 가세되어 상승작용을 하고 있으므로 보다 원천적인 정책대응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정부가 안정기조견지에 보다 확고한 소신을 갖고 모든 정책의 초점을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