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법이 '청춘악법'인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욕먹을 각오로 결론부터 말씀드릴 게요. 2030 여러분, 우리는 지금 3000만원짜리 그랜저 한 대를 눈앞에서 날려버렸습니다.

  자동차 한 대 값을 털어간 장본인은 누굴까요? 바로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기초연급법안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매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죠. 가난한 노인들에게 최소 생활비를 드리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올 7월부터 법안이 시행된다고 합니다.

 자, 문제는 우리 청년 세대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늙을 테니 저 돈을 받지 않겠느냐고요? 차근차근 제 설명을 잘 들어보세요. 정부는 지금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고 있습니다. 소득과 재산이 적은 하위 70% 노인이 대상으로 기초연금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대신 1인당 월수령액이 최대 9만9900원에 불과하죠. 기초연금(20만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이런 마당에 기초연금법이 통과돼 월수령액이 2배나 늘어나니 어르신들께는 희소식이죠.

 하지만 우리 청년 세대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너무 어르신들 입장만 고려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자, 여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만든 보고서가 있습니다. 올 초 기초연금법안을 논의할 때 만들어진 심사보고서입니다.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변화로 1953년생은 74만원, 1963년생은 946만원, 1973년생은 1541만원, 1983년생은 2782만원, 1993년생은 4259만원을 미래에 못 받게 됐다.’

 기가 막힙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연령별 기대여명(65세 이후 살아서 연금을 받을 걸로 예상되는 기간)에 따라 연금액을 추계했더니 저런 결과가 나오더랍니다. 기초연금법이 통과되면서 서른한 살인 83년생은 2782만원, 스물한 살인 93년생은 4259만원을 못 받게 됐다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기초노령연금은 수급액을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A)과 연동시켰습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있죠. 매년 연금액을 올려주는 기준이 달라지니 받는 돈도 달라진 겁니다. A값 상승률은 매년 5~7% 정도지만 물가상승률은 매년 2~3% 수준입니다. 많게는 2.5배나 차이가 나죠. 5년마다 이 차이를 조정한다지만, 얼마나 될 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줄어듭니다. 어렵게 취직해 20년을 일해도 월 10만원 밖에 못 받는답니다. 이런 차이가 수십 년 쌓이면 수천만원의 손해로 되돌아오는 거죠.

 왜 이런 ‘청춘악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걸까요. 정치권은 50대 이상 장년층을 유난히 신경 씁니다. 유권자 수가 많고 투표에 열성적인 까닭이죠. 기초연금법에 이견을 보이던 여야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법안을 처리한 걸 보세요. 그러니 청춘이여, 부디 정치에 관심 좀 가집시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