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얇은 두부, 물 타 먹는 분말 막걸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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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푸드 2014’에서 바이어와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콩단백으로 만든 두부 페이퍼. [사진 비케이바이오]

종잇장처럼 얇은 두부, 물만 부으면 생막걸리가 되는 분말, 생굴을 그대로 건조시킨 통영 금굴, 물을 부어 9초 만에 먹을 수 있는 즉석떡국…. ‘맛’ 하나로 승부를 걸던 한류 음식시장이 똑똑해졌다. 푸짐한 양, 한국의 맛을 강조하는 1세대 K푸드에서 한발 나가 제품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2세대 K푸드가 등장했다.

 국내 최대 식품산업 전문 전시회인 ‘서울 푸드 2014’에서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똑똑한 한류 음식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13일부터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40개국 1400개 식품업체가 전략 상품을 가지고 참여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식품업체들의 상품은 물론 멕시코·칠레·콜롬비아·페루 등 중남미 4개국 경제 공동체인 태평양연합도 참석했다.

9초 만에 완성되는 번개떡국. [사진 굿또르푸드]

 국내 식품업체가 내놓은 2세대 K푸드의 키워드는 C·D·L이다. 유통이 쉬워지도록 제품 형태를 바꾸고(Change), 원재료를 그대로 말리고(Dry), 탄수화물과 나트륨의 함량을 낮춘(Low) 식품들이 선을 보였다. 식품 형태를 바꾼(Change) 대표적 사례는 두부 페이퍼다. 국내 중소식품업체인 비케이바이오는 두부의 주원료인 콩단백을 가공해 종이 형태의 얇은 두부를 만들었다. 빳빳한 종잇장 같아 두부 특유의 촉촉한 식감은 없지만 일반 두부보다 7배 많은 단백질이 들어있어 훨씬 고소하다. 샐러드에 넣거나 얇은 두부피로 고기를 싸먹을 수 있다. 부피와 무게가 대폭 줄고 유통기한이 늘어 해외수출이 가능해졌다.

 농업회사법인 (주)수미지인은 물만 붓고 발효시키면 막걸리가 되는 분말막걸리 ‘술씨’를 개발했다. 발효되지 않은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수출이 편리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물만 부으면 갓 양조한 생막걸리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전시회에서 인기를 끌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응용한 제품도 나왔다. 즉석용기에 끓는 물을 넣고 9초만 기다리면 바로 따끈하고 말랑말랑한 떡국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굿또르푸드의 ‘번개떡국’은 제조일부터 4개월간 유통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당한 ‘딱딱한 떡’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수분을 완전히 뺀 건조기술로 원재료의 맛을 재현해 낸 드라이(Dry) 푸드도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는 제품이다. 전 세계인들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식품이지만 보관이 어려워 냉동 형태로만 수출해왔던 굴의 물기를 쪽 빼고 더 먼 시장으로 나갈 채비를 갖췄다. 빅마마씨푸드(주)가 만든 건조 금굴은 통영의 생굴을 삶거나 찌지 않고 그대로 말려 영양과 맛 손실을 최소화한 상품이다. 건조 금굴에 물을 부으면 굴삼계탕·굴국밥·굴죽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국물 많고 냄새 나기로 유명한 김치 역시 건조기술을 만나 생김치의 10분의 1로 부피를 줄였다. 감압건조 기술로 낮은 온도에서 건조해 김치의 맛과 향, 색과 섬유질을 그대로 살렸다. 건조김치에 물만 부으면 원래 김치의 모양으로 돌아온다.

 2세대 K푸드는 ‘더 낮게(Low)’ 전략을 택해 탄수화물과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비판에도 정면 대응했다. 염도는 낮추고 미네랄 함량은 높인 FG바이오 프리미엄 솔트(소금)는 염화나트륨 함량이 68.82%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염화나트륨 89.57%, 미네랄 10.43%)보다 낮지만 미네랄 함량은 31.18%로 높였다. (주)네오크레마는 설탕을 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슬로우 칼로리 슈가’를 내놨다. 단맛은 설탕과 유사하지만 팔라티노스를 주성분으로 해 충치나 비만·당뇨 등 성인병에 대한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행사를 담당한 박광규 KOTRA 전시총괄팀 과장은 “그간 우리 음식이 맛과 영양의 우수성만 강조해왔다면 최신 K푸드는 차별화된 제품 성분과 최신 제조 기법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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