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상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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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물경제가 뒷받침된다면 유동성이 증가되어도「인플레」는 초래되지 않는다는 것이 화폐 논자에 대항하는 저조논자들의 주장이다. 재정의 규모가 급속히 증대하더라도 이의 지출이 생산 지향적이라면 안정을 저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재정은 그렇지가 못한 형편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본예산에 비해 33·5%나 팽창된 사실 그 자체도 문제지만 단순한 소비지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정한다는 데서「인플레」유발형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의 기능별 분류체제가 미비 되어 정부예산의 경상지출과 자본지출의 명확한 분류가 현 단계로는 불분명한 상태지만 특별회계까지를 포함한 내년도 재정 총 규모 중 자본지출의 비중은 22%정도로 추정된다. 77년 도의 30%수준보다도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76년도 정부의 재화 및「서비스」구입에 있어 자본지출은 46%이었으며 전년도 대비 증가율은 14·0%로 경상지출의 12·6%보다 앞서고 있다는 사실과는 대조적이다.
안정과 성장을 지향하면서 정부저축은 뒤로 처지고 있는 구조상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의 조세부담이 가중되어도 가용재원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그 첫째 요인이 방위 비의 증대이고, 둘째가 공무원의 처우개선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모두 96만2천명(군인 포함). 서정쇄신작업이 강행되면서 공무원의 봉급책정은 예산편성의 애로 항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73년 40% ▲75년 28%(「보너스」1백% 추가) ▲76년 45% ▲77년도 25%씩 오른 공무원 봉급은 내년도에도 일률적으로 20% 올리기로 결정됐다. 공무원 봉급에 충당되는 재원은 총9천4백48억원. 전체예산 3조5천5백억 원의 26‥6%에 해당한다. 전체봉급규모 자체가 커짐에 따라 처우개선에 필요한 액수는 커져 갈 수밖에 없다.
아직도 77년 기준으로 가구당 월 생계비(5인 가족 기준·예산 국 산정)14만6천6백90원에 미달되는 급여를 받는 공무원이 전체의 47%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상의 급여항목은 계속 압박요인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불가피한 경상지출이 늘어날수록 나머지 부문에서 최대한의 합리성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증대된다. 가능한 한 정부의 정책의도를 살리면서도 효율성을 높여 소비지출증대에 따른 부작용을 감쇄 시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새해 예산안에 정부의 일방적인 보조금이나 이차보전이 눈에 띄게 증대된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지적될 수 있다.
내년도 보조금 총액은 1천7백억 원에 달한다. 금년의 1천3백40억원 보다 26·8%가 늘어났다. 이의내용은 민간보조 6백억 원을 제외하면 1천1백억 원이 지방관서에 대한 것으로 지방재정교부금증대(30·4%)와 함께 예산의 신축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차보전은 금년보다 5억5천만 원이 증대된 3백74억 원으로 계 상됐다.
평균 4%수준으로 이차를 갚는다고 하면 이만한 보전 액은 9천3백억 원의 대금 동원을 뜻 한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을 금융에 전가시키는 응급조처라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차보전의 증대는 민간의 자금 흐름을 억압하는 요인이 된다.
이 같은 문제점과 함께 이들 항목은 결국 특혜의 소지가 된다는데 석연치 않은 점을 내포한다.
특혜는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며 산업간 불균형과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어 효율과는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 하나 문제되는 항목은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출자의 누증 현상이다.
공기업의 규모 확대에 따라 정부출자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기업자체의 합리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출자의 증대는 최소의 이용으로 최대효과라는 원칙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
내년에 경부는 방개투자기관 중 14개 기관에 대해 1전7백6억 원을 출자할 계획으로 있다.
35개 기관의 법정자본금은 2조6천6백35억 원으로 이 자본금을 모두 채우려면 78년 이후에도 9천4백33억 원이 추가 돼야 한다. 이중 정부의 주식지분이 64·8%이므로 정부출자도 6천1백13억 원이 더 필요하다. 이들 기관이 투자재원을 자체 조달한다면 재정부담은 훨씬 가벼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수익성 있는 기업의 민영화와 함께 합리적인 투자계획의 수립이 이를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제한 된 범위 안에서 낭비를 제거해야 할 필요성은 앞으로 점점 커져 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예산의 성과 분석에도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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