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도 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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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3조5천5백억 원 규모로 편성한 78년도 예산안을 정부안으로 사실상 확정해 오는 30일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예산은 국정의 경제적인 표현일뿐더러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으로 짜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여론을 최대한으로 반영토록 함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그 심의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는 가능한 한, 모든 문제점들을 솔직히 드러내어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이 자연스럽게 제시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예산심의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항은「예산의 명료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편성과 분류의 기준이 바뀜으로서 예산의 명료성이 흐려지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항목에 따라, 혹은 변칙적으로 증감된 부분이 없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추경예산이 제출된 만큼 예산이 부실하게 짜여졌는지, 아니면 데대로 짜여졌는지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적어도 과학적인 행정을 자처할 수 있을 만큼 행정기법이 발달한 이상, 종래와 같이 추경예산을 본예산 편성에서부터 예상하는 유의 예산편성 관행은 차제에 단절시켜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종래와 같이 추경예산을 손쉽게 성립시키려 한다면 본 예산을 심의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추경예산을 억제하는 장치를 고안해 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일반적인 조건을 전제로 해서 78년도 예산안을 평가할 때, 예산의 명료성에도 의문이 적지 않다. 특히 부가가치세와 관련한 세수의 추정 때문에 소득세법의 손질이 내년도로 미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예산의 불분명성과 추경의 필연성을 뜻한다. 또 경제개발예산이 77년 대비 13%밖에 증가되지 않고 있다면, 이는 건설물자 가격의 앙등세로 보아 실질 재정투자수준의 대폭적인 감소를 뜻한다.
그렇다면 11%의 고율 성장을 위한 재정수단은 예산상으로 유명무실하다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관계의 부조화는 예산의 실수와 정책방향사이에 관련성이 크지 않았던 종전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예산규모팽창률이 77년 본예산대비 33·5%, 추경대비 23·7%나 늘어나는데 경제개발투자예산은 13%밖에 늘어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예산의 소비성 지출 비율만 늘어나고 있다는 결론이 된다. 물론, 사회개발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나, 이를 포함해도 재정의 소비성향이 지나치게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문제점이다.
우리의 내외 여건으로 보아, 자주국방에 따른 방위 비의 급팽창은 불가피한 것이나, 방위 비의 팽창압력이 크면 클수록 다른 소모성 경비의 팽창은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국민의 내핍을 요청하는 정부의 자세로서 온당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기구의「파킨스」적인 확장이나 공무원 증원은 스스로 자제해야 마땅하며, 오히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정부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관여하는 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서 공무원 수를 억제해야 한다.
한편 78년 도 예산안에 대한 국민적인 차원에서의 관심사는 조세압력과 물가동향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 있어서의 높은 조세 부담률과 비교하라면 아직 더 거둬들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생각일지 모르나, 사회보장을 위한 재정의 소득이전 적 지출을 차 감한 순 조세부담률로 본다면,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이제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중 조세압력은 조세부담률이 77년의 l9%에서 내년의 19·4%로 0·4%가 높아지는 것으로 되어 있어 형식상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세 수입은 예산보다 항상 엄청나게 초과 징수되고 있다는 관행으로 보아 실지 조세부담률은 20%를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더욱이 78년 예산안에 내포된 재정적자 요인이나 통화증발 요인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어 구체적으로 논평할 수는 없으나, 77년 예산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예년과는 달리 새로 부가가치세제에 따른 물가요인과 재정적자 요인이 생길 것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78년 예산의 물가요인은 좀더 조심성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물가압력이 여러모로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세부담률이 계속 높아지는데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배려하지 않을 때, 계층별로 뼈저린 세금압력을 느끼는 부분이 많이 생길 것임을 정부도 국회도 깊이 유의하도록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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