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모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l853년「베니」의「페니체」극장에서는「베르디」의「오페라」『춘희』의 초연이 시작되었다. 지극히도 감미롭고 애수에 젖은 음악과는 달리 이상하게도 극중의 표정은 마치 희극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종막에 이르러「비올레타」가 죽는 장면에서 참다 못한 관중은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비올레타」는 폐병으로 죽어 가는 비극의 여주인공이다. 그러나 이역을 맡은「프리마·돈나」인「도나텔리」는 몸이 터질 듯이 비대한 가수였던 것이다.
이리하여『춘희』의 초연은 완전실패로 끝났다. 그후「비올레타」의 역을 맡은「소프라노」는 매우 많다.
현대의「비올레타」만도「카발레」·「로렌거」·「실즈」등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기로는「안나·모포」를 친다.
16일 부음이 전해진 세계의 가수「마리아·칼라스」도 말하기를「오페라」가수는 우선 용모가 아름다워야 하고, 소리가 좋아야 하고 노래도 잘 불러야 한다고 했었다.「오페라」는 분명 음악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래만이 아니라 연기력도 대단해야 한다.「칼라스」를 가장 뛰어난「오페라」가수로 여기는 까닭도 이런데 있었다. 그러나「안나·모포」는 그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는 더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이렇게「모포」자신이 말한 적이 있다. 그녀의 뼈저린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그녀는 드물게 보는 현대의「신데렐라」다.「플브라이트」장학금으로「이탈리아」의 유학 중, 우연히 그곳「텔레비전」영화『나비부인』의 주역을 맡은 적이 있다.
이것이 방영된 다음날부터 그녀에게는 서구 각국에서 출연교섭이 쏟아져 들어왔다. 1년 후「뉴욕」의「매트로폴리턴」의 무대에 서게 됐을 때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오페라」가수가 되고 있었다.
「모포」는 자기의 미모를 최대한으로 발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에도 출연하고「패션. 모델」도 된다. 그만큼 가수로서의 자기 역량에 대한 자신도 대단하다.
하기야 성량은「서덜랜드」에 미치지 못하고「테발리」만큼 맑은 음성도 아니다.
「카발레」만한 박력도 없다.「칼라스」만큼 연기력의 폭이 넓지도 않다.
그러나 화려한「쿨라튤라」의「네크닉」을 구사해 가며「리릭·소프라노」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는 가수로서는「모포」를 따를 사람이 없다.
그녀는 전통적인「프리마·돈나」상과는 또 다른 새로운「이미지」를 안겨 주는 가수인 것이다. 그런「모포」가 머지않아 우리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