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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백년전 동방도예 바닷속의 잠을 깨다|지상전시 단아한 모습 드러낸 신안해저유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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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안해저유물을 보니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내용임에 새삼 놀랐고 자랑스럽다. 이들 유물은 앞으로 학술적인 편년과 공예 기술사를 밝히는 획기적인 자료로서 크게 기대된다. 역사나 경제사의 측면에선 동북「아시아」에 있어서의 무역상황에 대한 주요한「힌트」를 주리라 생각되며 고고학 내지 미술사학 면에선 온 세계에 동양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쇼킹」한「뉴스」가 되었다.
인양 유물은 도자기가 압도적이나 금속제품도 결코 만만치 않다. 청동기로서 향로·병·등잔·촛대·거울·삼족배·튀김그릇, 은제로서도 박산향로·접시·잔·장식판,그리고 동전·동정·철정이 있다. 이러한 금속제품은 일본이나 중국에도 매우 희귀하다. 설혹 출토품이 있다 하더라도 시대가 확실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들 유물은 이 시대 공예기술의 「버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중국의 전통적 퇴주로 된 칠기보시기·접시·항아리가 발견됐고 계피를 비롯한 약재 기호품 열매가 포함돼 있어 당시 무역품의 다양성을 암시해준다.
앞으로 신안유물이 모두 수습된다면 얼마나 대단한 것이 될까 생각만 해도 가슴 부푼다. <김원룡 서울대 박물관장>

<여·송·원 도자기의 특징·장점 명확히 드러나>
우리나라 도자기는 1천년간에 걸쳐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특히 남송이래 밀접한 연관이 지어졌는데 그 학술적인 연구에는 아직 많은 문제가 있지만 이번 기회에 양국 도자기의 특징과 장점을 확연하게 비교할수 있게됐다.
중국도자기의 조형감각은 우선 양감과 중후함으로 특징 지을 수 있다. 장식이 지나치게 많고 기형의 곡선도 권위주의적이다.
신안해저 인양의 이러한 중국도자기를 보다가 한국 청자들을 대하면 눈맛이 우선 시원하다. 색감이 청초하고 소담하며 시각적으로 우아하여 긴장감을 주지 않는 기형이다. 이것은 고려자기가 중국자기를 모체로 하여 출발된 것임에도 재빨리 우리 나름으로 소화시켜 정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고려자기는 그런 고려자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신안해저유물 가운데 압도적 분량이 용천요의 제품이다. 이곳 가마는 중국에 있어서 남방 청자의 본산이며 」북송이래 청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왕성했고 그 만큼 해외수출이 많았다. 그 중에는 남송시대의 우수한 청자화병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또 청자에서 원대의 초기 백자로 변모하는 얇고 정교한 경덕진 백자대접도 있는데 이것은 청화백자의 원형으로서 주목돼야 한다. 거기 「상색백구」란 묵서는 1급품임을 뜻하는 것 같다. 길주요의 백유흑화문병과 그밖에 자주·수식·건요 등 광범한 지역의 도자기여서 12∼14세기의 중국 도자 연구에 세계적 보고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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