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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대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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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년 사시사철, 그리고 하루 24시간 내내, 환하게 불 밝혀진 도서관과 연구실-.
잠시도 쉴 새 없는 학문연구의 필요와 또 이른바 계절제 수업 등의 학사진행 때문에 이런 풍경은 선진 각국의 대학「캠퍼스」에선 오히려 상례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일까.
한 나라의 학문기술 발달과 대학 재정의 효율적 운영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의문임에 틀림없다.
한정된 자원밖에는 못 가진 이 나라에서 어떻게 모든 대학이 1년에 고작 2백여일 밖에는 문을 열지 않고, 그나마 하루 고작 7∼8시간 밖에는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서도 견딜 수 있었는지 실로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선진국은 배제하고서라도, 이웃 자유중국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간과해 마지않는 것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모든 학교시설의 1백% 활용에 대해 정부 및 학교 당국자가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들은 국민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모든 교육시설을 직업 청소년들과 방송통신교육 수강자들의 교육장소로 기꺼이 제공하고, 야간은 물론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모든 현대의 교육활동을 벌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최근 우리나라의 여러 사립대 당국자들이 기존의 야간부 과정을 확장하거나 새로 학과를 신설, 고등교육 기회 확대에「이니셔티브」를 취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권장할 일일망정,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다
첫째, 야간대학의 증설은 좋으나 그것이 수도권 인구정책과 저촉된다는 반대론은 참으로 피상적인 형식논리라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같은 소론은 도시 야간대학 확장론이 대두하게 된 근본동기 자체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에게도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아울러 이른바「재수생 대책」의 일환으로서 기존대학의 시설을 활용하려는 것이 그 근본 취지일진대 수도권 소재 사대의 야간과정 확장과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 정책을 직접 결부시키려는 것은 근본적인 모순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제조업의 35%이상, 그리고 전국고등교육기관의 50%이상이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하에서 대부분 근로자나 재수생을 수용하게 될 야간대학을 확장한다면서 어찌 수도권 인구정책이 반대 이유의 정면에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으로써는 이해가 곤란하다. 시설이나 교수요원의 활용이 비교적 용이한 이들 대학들을 제외하고서 어떻게 그 목적하는바 야간대학 확장의 실효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다음은 야간대학의 확장이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일부 대학 당국자 및 동창회측의 주장에도 큰 비약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 같은 주장에는 야간대학의 운영이 앞으로도 종전처럼 아무렇게나 하게될 것이라는 불성실한 한 가정과 또 야간학생은 본질적으로 주간학생에 비해 저질일 것이라 생각하는 편견이 근거가 되고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야간대학의 확장은 그 물적·인적 시설의 전면적인 보강을 전제로 해서만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며, 또 그 입학자들 또한 대입예시의 합격자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는 한 질적 저하 운운의 언설은 어불성설이다. 하물며 이미 직장생활을 통한 경험의 축적을 가진 성인학습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대학생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실증적 연구의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끝으로 야간대학의 확장이 현재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의 경영위기를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사학에 대한 대대적인 국고보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우리의 처지에서, 사학들이 가진 기존의 인적·물적 시설들을 최대한으로 활용케 하여 재정난을 덜고 아울러 국가적 요청인 근로 청소년 및 재수생들에 대한 고등교육의 우호를 넓게 개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일거양득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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