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일본과 「아세안」|복전 수상의 동남아순방 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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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꾸다」(복전) 일본수상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확대정상회담에 참석차 「말레이지아」에 도착했을 때 현지 신문들은 『「산타클로스」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10억「달러」를 「지참금」으로 지니고 있는 「후꾸다」수상이 「산타클로스」할아버지라고 환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주는 선물보다 더 많이 가져가려는데 무슨 「산타클로스냐』하는 반발기사가 서로 엇갈렸다.
이 같은 「산타클로스」논쟁은 바로 일본과 동남「아시아」관계의 동상이몽을 반영하는 것이다.
『새「아시아」의 협력체제』라는 명분아래 『동등한 「파트너」』, 『마음과 마음의 접촉』을 내걸고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는 경제대국일본과 역내의 정치·경제·군사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지역협력체를 확립하려는 「아세안」회원국의 입장은 상호보완적인 필요성에서 접근이 불가피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인도차이나」의 공산화·주한미군철수 등 미군의 「아시아」철수라는 이 지역정세의 변화가 일본과 「아세안」에 지역안보를 주축으로 하는 공존·협력관계 설정이라는 명제를 부여했으며 이번 「아세안」정상회담과 일본·호주·「뉴질랜드」가 참가한 「아세안」확대회담이 정지작업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공존과 협력은 역사적인 배경과 이해상충으로 갈등과 난점이 뒤따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후꾸다」수상이 「아세안」확대 정상회담 후 동남「아시아」6개국순방에 오르면서 그 같은 징조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리핀」은 「후꾸다」의 방문 하루 전날 일본이 약싹 빠른 무역정책 및 「신식민주의」책략을 쓰고 있다고 대일 비난공세를 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방콕」에서는 태국학생연맹이 일본의 「태국경제착취」에 항의하면서 일본시장 문호확대를 촉구했다.
일본이 2차대전에 패망함으로써 실현되지 못했던 「대동아공영권」과 유사한 「동남아공영권」을 강력한 일본경제력으로 형성하려 의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부정적인 반응을 집약하면 2차 대전 때의 일본의 군국주의침략과 전후 경제침략으로 시달림을 받아온 동남「아시아」의 반일감정이 아직도 뿌리깊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아세안」확대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은 10억「달러」의 차관공여·관세장벽철폐·기술협력 등을 동남「아시아」에 약속하고 있지만「아세안」에서는 보다 많은 차관과 호혜적인 경제협력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탈「아시아」경향에 따라 일본을 대신 새「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동남「아시아」의 기대에 일본이 얼마만큼 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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