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고독에 지친 동기 없는 광란|살인마 『샘의 아들』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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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명의 금발여인들을 살해하고 7명을 부상시킨 「뉴욕」의 살인광 『샘의 아들』이 체포되자 그가 왜 명백한 동기 없이 범행을 저질렀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행의 동기를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그는 다만 『「샘」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샘」은 그가 이미 첫 범행을 저지른 후에 만난 이웃노인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에게 범행을 명한 「샘」이란 그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광기를 지칭한 것이 분명하다.
「샘의 아들」이 「뉴욕」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범인 「버코비츠」는 분명 정상인간이 아니었다.
체포 후에도 수사관이 던지는 질문에 그는 히죽히죽 웃어대면서 범행과정을 술술 자백하는가 하면 자신이 아름답고 젊은 여자만 골라 살해했다며 범행을 자랑이나 하듯 했다.
「뉴스위크」지는 그가 여인들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 그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고 평했다.
그의 범행의 발단은 주위로부터의 무관심에서 출발한 것 같다. 태어난 지 17개월만에 부모로부터 버려졌는가 하면, 현재의 양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친구들로부터 별난 아이로 취급당하여 따돌림을 받았으며 게다가 그의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많은 친구를 사귈 수가 없었다.
또 그는 체포된 후 『어느 여자로부터도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었다.
태어나면서 성장할 때까지 주위로부터 관심다운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 범인자신도 자신을「대도시의 마천루사이에 떠돌아다니는 먼지와 같은 존재」로 생각할 정도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범인의 그릇된 성격만이 그로 하여금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도록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범인의 고독했던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수용하고 있는 현대의 비정상적인 문명구조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 같다.
개인주의의 극대화와 도시사회의 병폐는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도록 만들고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뉴욕」시와 같은 거대한 도시는 『샘의 아들』로 하여금 자신의 고독감과 무력감을 파괴적인 행위로 이끌기에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연감에 따르면 1년간 의사로부터 「스트레스」 등 정신장애자로 판정 받은 환자는 10만 명당 3천5백 명이나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현대사회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특별한 동기 없이 광란을 일으킬 소지를 갖고있는 것이다.
살인마 『샘의 아들』이 체포되자 「빔」 「뉴욕」시장은 『이제 시민들이 팔다리를 쭉 펴고 잘 수 있을 것』이라고 한시름 놓은 듯 말하고 있지만 이 말을 믿을 「뉴욕」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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