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생산이 40%나 줄어서야…"|불서 「바캉스」반성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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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금년에도 예외 없이「프랑스」의「바캉스」행렬은 한여름을 장식하는 화려한「뉴스」가 됐다. 지난 6월말 막을 올린 장기유급휴가는 8월말까지 계속되는 연중행사이지만 또한「샐러리맨」에게는「보너스」격이다. 정부의 집계로는 전 인구의 57%인 2천7백 여만 명이 떠나고 나머지 43%는 집에 남는다는 것.
「바캉스」대열에 못 끼는 2천4백여만 명은 노인이기 때문에 운전을 못하거나 장기여행이 불편 하다든가, 병에 시달리고 있다든가, 독신이기 때문에 집을 지켜야 한다든가, 장기 여행할 만큼 보수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바캉스」기간만은「파리」가 무인도시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대신 이방인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와 완전히 국제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올해부터「바캉스」유해론이「파리」에서 고개를 쳐들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바캉스」의 효시는 1936년 당시 인민전선내각이 여름에 유급휴가 2주를 법재화 한 것으로 그 41년 후에 1개월로 늘었다는 것.
「바캉스」행렬은 작년보다 70만 명이 늘었고 앞으로도·계속 증가할 추세. 80년에는 무려 3천2백 여만 명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 같은 기록은 세계 최고이지만 반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장의 기계는 녹슬고 모든 제품의 포장과 조립이 중단되고 각 사무실은 텅텅 비며 상점뿐만 아니라 「파리」의 명물인 「카페」마저 문을 닫는다. 공식집계로는 생산이 40%나 저하된다는 것. 반면 다른 공업선진국들은 「프랑스」와 다르다는 것이 유해론자들의 논리다.
좋은 예로「바캉스」기간에 영국과「이탈리아」14%만의 생산감소뿐이며「벨기에」·서독은9%, 미국은 1.5%밖에 안돼 평상시와 거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40%의 생산저하 금「메달」은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수치라는 주장이다.
법정휴가일수로 보면「프랑스」는 은「메달」이다. 「스웨덴」이 33일로 금「메달」,「프랑스」가 30일.「벨기에」가 28일로 동「메달」, 미국과 서독이 각각 25일, 소련 20일, 영국 18일의 순. 뿐만 아니라 이「바캉스」는 1년 전부터 계획을 짜고 경비를 준비하기 시작하기 때문에「프랑스」인들은1년 내내 능률적인 면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금년만은 예외. 내년3월 총선에서 좌우가 집권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예비선거전에 들어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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