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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세월호 가족의 슬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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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막바지로 접어든 세월호 수색작업이 끝나도 우리 사회는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인재(人災)와 관재(官災)가 겹쳐 수많은 어린 생명을 잃은 이 사고는 우리 사회 전체의 죄의식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KBS 항의 방문 후 청와대로 향해 9일 오전 주변 도로를 막았지만 출근길 시민들이 불평할 수 없었던 것도, 오히려 왜 가족들을 지붕 있는 곳에서 쉬게 해주지 않고 도로에서 밤을 지새우게 했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청와대 수석들이 가족을 면담한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래서다.

 가족들을 분노케 한 KBS 보도국장 발언은 당사자의 해명처럼 진의가 왜곡됐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이를 진실로 여긴 것은 안타깝게도 일부 언론의 신뢰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KBS 보도국장의 사임과 사장의 직접 사과로 가족들은 해산했으나 KBS 내부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준에 따른 재난 주관 방송사로 현장에서 보도 관련 인권보호와 윤리를 세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나오는 형편이다.

 가족들은 그동안 정부도 언론도 믿을 수 없는 총체적 불신 때문에 힘겨워했다. 가족들이 ‘불신과 상실의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우리는 충분히 경청하고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이 와중에 가족들의 슬픔을 정치적 선동과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하려는 세력들은 경계해야 한다. 누구도 슬픔으로 인한 분노를 충동질의 불쏘시개로 삼는 걸 용납해선 안 된다. 가족들의 슬픔은 어루만지고, 선동세력들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이성과 높은 시민의식이 발휘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