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새 중동평화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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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스라엘」에 「메나헴· 베긴」수상의 「리쿠드」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동평화 모색은 다시금 원점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어왔다.
「리쿠드」당 정권이 평화조건의 핵심부분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포기를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리쿠드」당으로서는 그 기본성격상, 「야훼」신이 허락해주었다는 그 지역을 결단코 남에게 양도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태도가 이처럼 경화되자, 난처해진 것은 미국「카터」행정부의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양보한다는 조건으로 「아랍」측의 온건화를 유도한 주역이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아랍」진영으로부터의 원활한 석유공급을 확보해놓기 위해서라도 그와 같은 중도타협안을 「이스라엘」측에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지난 한햇동안 그러한 타협안이 비교적 순탄하게 성숙될 수 있었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선도적 조정과·「이스라엘」노동당정권의 온건노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스라엘」의 입장이 강경쪽으로 선회한 이상, 미국은 「아랍」측의 협력과 온건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제는「이스라엘」과 「아랍」사이의 문제이기 앞서 「이스라엘」과 미국간 이견조정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터」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경화된 직후 「팔레스타인」난민들의 생존권을 옹호한다고 발언함으로써 「리쿠드」당의 노선을 정면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리쿠드」당 정권은 「골란」고원과 「시나이」반도는 양보해줄 수 있어도 「요르단」강 서안만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아랍」진영 역시 다음번 OPEC (석유수출국기구) 총회 때에는 유가의 대폭인상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대미견제를 서서히 시작했다. 이러한 정치적 「마감 시간」을 앞에 두고 「카터」행정부로서는 조만간 「리쿠드」당과 어떤 방식으로든지 절충안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오는 19∼20일 사이에 열리는 「카터」-「베긴」정상회담은 바로 그와 같은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이스라엘」측의 절충안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이스라엘」관할하의 혼성자치구로 만들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골란」고원과 「시나이」반도에서는 『상당부분 철수하되 나머지 지역에선 양측의 공동감시를 규약화하자』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의 절충안은 한 마디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주권 하에 놓아둔 채 그 하위의 수준에서는 「아랍」측과 타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안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독립국가수립을 주장하는 「팔레스타인」난민들의 입장과도 대치될 뿐 아니라, 대「요르단」연방하의 「팔레스타인」자치국 수립을 주장하는 「후세인」왕의 입장과도 상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랍」측의 입장이 한걸음 더 후퇴하지 않는 한 그러한 안이 실현될 전망은 흐리다 할 수밖에 없겠다.
그렇더라도 지금 당장 안되는 것을 되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와 외교의 과제일 것이다. 해묵은 중간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랍」·「이스라엘」·미국의 병행적인 상호양보와 이견조정이 꾸준히 진척되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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