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와 이윤 폭의 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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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가세를 실시한지 보름이 넘었다. 실시 전에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생각되나 막상 실시과정에선 여러 예상외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부가세는 새로운 세가 신설된 것이 아니라 기존 8개 간접세가 흡수, 통합된 것이므로 경제나 물가에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론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이 경제이며 물가다. 제도의 개혁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부가세가 간접세체계의 근본적 개혁이며, 또한 과표양성화의 획기적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부가세의 실시 후 먼저 나타난 부작용은 일부 품목의 수급차질이다.
간접세의 변경에 따라 정부는 각 유통단계별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했는데 그 중에도 특히 합판·밀가루 등 30여개 품목의 「마진」엔 문제가 노출 이중가격이나 품귀현상을 빚고있다 한다. 상거래엔 오랜 관행이 있고 각 유통단계별 이윤폭도 업종마다 다르다.
그것을 너무 낮게 획일적으로 정했기 때문에 판매기피나 이중가격의 부작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유통「마진」을 낮게 잡은 것은 물가안정을 목적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안정의 실효를 거두려면 정해진 가격으로 물자수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값이 낮아도 그 값으로 살 수 없으면 그 뜻이 없다.
정부는 부가세의 실시과정에서 수많은 품목의 유통단계별 가격을 단시일 안에 정했으므로 경우에 따라선 비현실적인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35개 품목의 가격을 조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명목상의 싼값이 아니라 실제 불편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실질적인 가격안정이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가격으로 판매기피나 이중가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들이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세금계산서이다.
부가세는 일종의 세금연좌제이므로 세금계산서를 통해 모든 거래가 노출된다. 거래의 노출은 탈세의 양성화이므로 원칙적으론 이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 간접세에 있어선 상당한 부문의 세금 은폐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일반적인 풍조였다. 이것을 하루아침에 일소한다할 땐 반드시 큰 충격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높은 세율에선 거래를 모두 양성화시키곤 장사가 불가능하다는 말도 있을만 하다. 탈세도 어떤 의미에선 사회적 소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세실시 후 영세업자들이 가장 고통스럽다 한다. 이들은 집에 재봉틀 몇대 갖다놓고 의류 등을 만들어 시장에 넘기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는 이들도 영업감찰을 받고 세금계산서를 떼어 세금을 내어야만 한다.
이들이 세금을 다 내고 계속 장사를 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탈세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만 이들 수많은 영세업자의 생업을 하루아침에 막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은 부분적인 예에 불과하고 세금계산서의 발급엔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개인사업자중 기장능력을 갖춘 사람은 극히 적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사회에 맞지 않으면 부담이 된다는 점은 인식해야겠다.
어차피 부가세가 실시된 이상 이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당면문제다.
정부는 너무 명분에 구애되지 말고 나타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 이에 대한 보완을 계속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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