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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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날 일본의 요새화된 항구도시 「히로시마」 (광도) 의 아침은 방금 떠오르는 태양으로 눈이 부셨다. 조선소· 방직공장· 군수공장이 들어찬 이 두 시는 사상최대가 될 「과학의 위험」 을 눈치 채지 못한 채 평화스럽기조차 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몸서리치는 굉음과 섬광이 있었을 뿐이었다. 지상에서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파멸의 비가 쏟아졌다. 아침 단잠을 즐기던 20여만 명의 남녀와 어린이들이 무참하게 죽어 갔다. 비명도 없었다.
하나의 도시가 눈깜짝할 사이에 잿더미로 변했다. 남은 것은 죽음의 정적뿐이었다.
불과 4백50g의 「우라늄」235가 보여준 참담한 파괴력의 현장이었다. 1945년 8월6일.「윈스턴·처칠」은 이 운명의 날에 『사물을 이해하는 인간 전부의 마음과 양심에 엄숙한 반성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외쳤다.
회한과 죄책감이 한동안 「악마의 발명품」과 인간의 잔학성을 고발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지금 미 , 소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인류를 7번이나 절멸시킬 수 있다.
『전쟁은 일종의 강압행위다. 그리고 강압행위에는 한계가 없다』 고 말한 「콜라우제비츠」를 옹호하듯 미소양국은 강압행위의 수단을 개발하는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다시 미국은 「제3의 핵무기」 중성자탄을 생산키로 결정했다.
중성자탄의 비밀은 아직 「베일」속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그 위력은 제2의 핵무기라는 수소폭탄의 14배라고 한다.
재산에는 피해를 주지 앉고 인명만 선택적으로 살상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가장 깨끗한 무기」 라는 것이다.
가장 우수한 무기는 가장 효율적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라는 정의에 따르면, 중성자탄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우수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미 국방성의 한 전문가는 적병만을 한정해서 살상할 수 있어 중성자탄은 그만큼 「인도적」 인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비전투원은 살상치 않고 미군사목표를 파괴하지 앉을 것을 규범으로 한 「인도적전쟁」 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카터」 미대통령도 한 나라가 타국을 「부당하게」침략하는 극단적 도발을 자행할 경우 중성자탄의 실전배치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간은 어느덧 전쟁과 무기에「인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이르렀다.
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는 안도감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생명을 완전 말살하는 가장 잔인한 무기의 출현으로 「보이지 앉는 공포」에 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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