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행의 철칙」이 바뀐다.|예금주비밀 절대보장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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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위스」은행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던 거래선의 신분비밀보장제도가 크게 변질 될 것 같다.
「스위스」국립은행과 은행협회는 지난주 「스위스」내의 5백53개 은행에 대한 운영규칙을 개정, 어느 누구도 신분을 밝히지 않고는 은행과 거래를 틀 수 없도록 했다.
개정된 규칙은 은행들이 타국으로부터의 불법 외화유출이나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들에게도 도움을 제공하거나 「스위스」법에 위반되는 자금의 예치를 받지 못하도록 아울러 규정.
새 규칙이 이제까지의 불법적인 자금거래를 완전히 근절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최고4백만「달러」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이 규정 때문에 다소라도 은행가가 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다. 이제까지 세계각지에서「스위스」은행으로 돈이 몰리던 이유는 물론 고객의 신분비밀을 보장한다는 매력 때문. 사실상 그 어느 나라보다「스위스」는 고객의 비밀이 철저히 보장돼 왔다.
그 지독한 「나치」조차 유대인의 활동규제를 위해 이「철칙」을 깨려했지만 은행들은 고객들을「삭자」로 표시함으로써 이를 저지한 바 있으며 지금도 고객의 거래상황을 누설하는 행원은 2만「달러」의 벌금 또는 6개월간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고객에 대한 비밀준수가 절대적인 것은 설사 아니라 해도 가장 금과옥조로 지켜지던「스위스」에서 이 같은 새 규정이 나오게 된 것은 지난4월에 발생했던 『「치아소」의 「스캔들」』 때문.
「치아소」사건은 「스위스」신용은행의 「치아소」지점장이었던 「어니스트·쿠르마이어」씨가 본점 몰래 8억「달러」를 불법으로 통용했던 사실이 드러나「스위스」은행들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실추시켰던 대 사건.
이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각 은행들은 자체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등 사고미연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한게 사실.
새 규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스위스」은행의 특징을 말살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으나 「치아소·스캔들」은 「스위스」은행제도가 갖고 있는 취약점이 비로소 발견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완벽한 안전판이 마련돼야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는 실정이다. <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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