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에 육박하는 통화증가…물가위협|행정위력만으로 10% 억제 지켜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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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시장에선 가격단속의 서슬이 시퍼렇지만 범람하는 통화를 쳐다보면 정부도 약간 부끄러워질 것 같다. 6월말 통화는 1조7천4백21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무려 38%가 격증했다.
이렇게 통화를 올려놓고도 물가10%안정을 견지하겠다고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정부의 고충이 정말 눈물겹다.
이대로 가다간 통화증가율이 가볍게 40%선을 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금년초에 발표한 77년도 경제운용지침은「고도성장의 지속」「안정기반의 공고화」「사회개발의 확충」이었다.
구체적인 목표로 10%의 실질성장과 물가상승, 1백억「달러」의 상품수출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상반기까지의 운용실적을 보면 안정보다 성장이 크게 경시되고 있다. 1백억「달러」의 수출이나 10%의 실질성장은 오히려 초과달성되는 대신 물가는 10%를 훨씬 넘을 전망이다.
만약 10%안으로 물가가 안정된다면 그것은 압축공기 같이 눌려진 ?제안정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터지고 말 것이다. 통화가 범람한다는 것은 물가가 오를 요인이 연소되고 있다는 뜻이다. 70년대에 들어 통화증가율이 년40%를 넘는 것은 72, 73년 이래인데 바로 74, 75년 2년동안 심한 물가폭등을 겪었다. 물론 이대의 물가폭등은 「오일·쇼크」가 도화선이 된 것이지만 이미 늘어난 통화가 상승작용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작년에 통화증가율이 30%를 넘은데 이어 금년에 다시 4O%선을 치닫는 것은 아무래도 물가조짐이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금년 재정안정계획에서 잡은 통화증가율은 23∼25% 였다. 통화를 당초계획보다 크게 늘리고도 물가를 계속 10%선에서 안정시킬 굳은 결의를 보이는걸 보면 행정규제의 위도을 단단히 믿고 있는 것 같다.
물가는 상반기중에 도매가 5·7%, 소매자가가 6·7%나 올라 금년목표의「하프·라인」을 훨씬 넘었다.
부가가치세실시 이전에 물가안정선은 도공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물가가 오를 요인이 통화범람 등으로 잔뜩 충일해 있었는데 마치 부가세에 편승한 업자들의 농간에만 모든 죄가 있는 양 시퍼런 행정규제를 남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물가가 오를 근원은 그대로 둔 채 결과만 다스리면 결국 부작용이 오고 만다. 73년에도 72년의 연률 45·1%의 통화팽창에도 불구하고 가격 통제를 강행, 억지로 6·9%의 안정을 이룩했지만 74년에 결국 42·3%의 기록적인 물가 폭발을 맞았던 것이다.
정부는 물가단속을 위해서 각 품목별·시장별로 연대책임을 지워 값을 안정시키도록 조처했는데 먼저 정부 자신부터 통화팽창 등 물가교란 요인제거에 대한 연대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가안정은 정부각부처가 안정기조에 대한 투철한 소신에 먼저 합의하고 그에 따라 공동보조를 맞추는데서 출발해야한다.
물가안정은 유린상태에 있지만 수출주도에 힘입어 10%의 성장은 무난할 것 같다. 수출이 작년보다는 둔화됐으나 상반기 중은 33·4%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용상내도액이 22·0%의 증가에 그쳐 앞으로 수출이 더욱 둔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속성장을 위한 내수기반의 확충이 요망되고 있다.
중동「봄」등으로 상반기 중 정상외환거래는 9억3천3백만「달러」의 흑자를 내어 금년에 사상처음으로 국제 수지상의 경상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대외거래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택등 내수부문은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까지의 주택건설이 작년보나 21·9%나 떨어졌다는 것은 앞으로의 주택수급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산업생산은 특히 제조업 부문이 작년의 38%신장에서 12·8%로 ?감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주의를 끌만하다.
경기판단에 극히 중요한 가동률·부업률·기계수주 등 설비투자실적이 통계로 안 잡히기 때문에 경기의 정확한 진단은 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기예고지표가 지난 2월이래 계속 1·4의 하향성 안정권에 머무르고 있음은 앞으로의 경기전망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가지 크게 위안되는 것이 있다면 중동이라는 경기과열지대가 계속 손짓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우석><본사론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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