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법인 법」제정 움직임-종교계서 찬 반론 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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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종교계 일각에서 「종교법인 법」의 제정을 요망, 교계는 물론 총무행정당국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의 선진 각국에는 오래 전부터 종교법인 법이 제정돼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단체의 등록이나 재산문제에 민법 등 일반법을 원용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건전한 종교활동의 보호 육성 및 여러 가지 사회악을 조장하는 사이비 종교의 단속을 위한 별도의 종교관계법 제정은 시급하고도 필요하다는 것-. 문공부당국은 76년 초부터 민법32조를 원용해온 종교법인 및 단체의 등록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즉 특수성격을 가진 종교단체를 일반사회단체와 동일시해온 것은 시행착오였다는 것이다.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76년말 현재로 등록된 종교법인 및 단체는 1백96개. 법인별 구성은 재단법인·사단법인·종파단체·신도단체 등으로 돼있다.
교파별로는 기독교가 87개로 가장 많고 「가톨릭」(30개)·불교(24개)의 순이다. 또 우리나라 종교인구는 전국민의 80%에 가까운 2천6백만 명으로 나타나있다.
그러나 예수교장로회(합동)·예수교성결교회·감리회 총회(감독 마경일 목사)등 일반에 널리 알려진 교세가 큰 교단을 비롯, 미등록 종교단체의 수가 등록보다 더 많다. 현재로는 등록여부가 교단의 어떤 절대적인 이해 관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해외여행절차나 전화가설 등에 약간의 등록혜택이 있는 정도-.

<선진국선 이미 시행>
외국의 실태를 보면 우선 미국의 경우는 기본권의 하나인 신앙의 자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하고 교회의 활동을 보호하는 방편의 하나로 종교법인 법이 제정, 활용되고 있다.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사단법인형태가 많다.
법제정의 근본취지는 신앙이라는 속세의 초월성과 인적조직·자산관리 등 세속성을 가진 교회의 양면성 중 후자를 관리·운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종교법인법 이전에는 이 같은 세속사항은 조합교회의 형태로 운영됐다.
일본은 명치유신의 정신적 기조가 된 신도의 국교화를 극복키 위해 1939년 종교단체법이 제정됐다.
서구 자유민주주의 영향에서 비롯된 당시의 종교정책은 국교불인정·신교의 자유 등을 강령으로 한 정교분리 원칙이 기본 근간이었다.

<자율규제도 힘들어>
40년이 걸려 제정된 종교단체법도 2차 대전을 전후해 군국주의에 짓밟혀 종교가 정치수단으로 악용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1951년 비로소 종교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종교법인 법이 행정부입법으로 제정됐다.
종교법인 법 연구로 학위논문을 작성중인 서당종씨(경기고 교장)는 『종교활동의 특수성이나 우리나라 종교단체들의 종권 및 재산문제 등을 살펴볼 때 종교법인법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 다만 그 입법취지는 물론 법의 운영과정에서 행정당국의 세밀한 주의와 배려를 강조했다.
불교계에서도 문제점이 많은 현행 불교재산관리법을 폐지하고 건전한 종교법인 법의 제정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조계종의 경우도 종단 종무 행정은 중앙집권체제이면서 재산은 교구 본산중심제인 불교재산관리법은 많은 모순을 파생시키고 있다는 것.
정연산 스님(서울 조계사주지)도 『가능하다면 「범 종교연합회」같은 자체 기구를 통한 자율적 규제가 바람직하지만 신앙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발생되는 종교부조리를 예방하고 단속키위해서는 종교법인법의 제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풍토쇄신이 더 시급>
그러나 홍현설 박사(전 감신 대학장)는 『종교법인 법보다는 건전한 종교풍토의 조성이 시급하며 혹세무민의 사이비종교는 일반 치안 법으로 다스리면 된다』는 의견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그 같은 법의 제정은 자칫 종교탄압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
찬반이 엇갈리는 종교법인 법 제정문제는 당국이나 교계 일각이 다같이 원하고는 있지만 헌법에 보장된 신앙의 자유라는 기본권 앞에서 감히 그 참뜻을 펴 보이기조차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당국은 건전한 입법 취지일지라도 선뜻 나서지 못한 채 청원입법이나 의원입법의 형태로 제정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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