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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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식 환자들이 연일 병원에 밀어 닥쳤다. 이곳저곳에서 숨가쁘게 울려오는 응급실 전화 「벨」소리가 병원마다 넘쳤다.「앰뷸런스」가 달렸다. 각 응급실들은 초만원이었다. 1주일 사이에 환자는 4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는 이「몸서리치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1주일 동안의 사망자 수보다 무려 2.6배나 많은 것이었다. 대부분 폐가 퉁퉁 부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1952년 전 세계에 충격을 준「런던·스모그」참상의 개요다. 이보다 훨씬 전인 1948년 미국「펜실베이니아」의「도로나」계곡에서 발생한「스모그」사건도 유명하다. 20명의 사망자와 6천명의 환자가 발생했었다.
「벨기에」에서 발생한 1930년「스모그」사건 또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다.「스모그」가 발생한 4일 동안에 무려 60여명의 시민이 어이없게도 목숨을 앗긴 것이다.
혼탁해진 공기가 움직이질 않고 도시전체를 덮어 버리는 것이「스모그」다. 도시를 공기가 담긴 병이라고 한다면「스모그」는 마개인 셈이다. 대기오염이 극도에 달하면「스모그」가 발생, 도시라는 병을 꼭 닫아 버린다. 죽음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의 공기가 얼마나 더럽고 탁한지는 누구나 눈으로 보고 느끼는 정도다. 한마디로 심각하다. 이미 위험 선을 넘은 지 오래다.
대기오염의 지표가 되는 아황산「가스」는 서울의 경우 0.12PPM(76년)이나 된다. 국제기준치는 0.05PPM이다. 대기오염도가 심각하다는 동경도 0.05PPM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사람은 동경시민보다 2.5배나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산다.
부산은 또 서울보다 더욱 심각하다.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1.51PPM이나 된다. 살인적이다. 시민들이 건강할 리가 없다. 그래서 부산학생들은 다른 지역의 학생들에 비해 결막염은 3배 후두염은 3배, 편도선염은 2배나 더 많다(연세대 의대 조사). 또 이 같은 증상을 2개 이상 가진 학생은 25배나 된다. X선 진단으로 판명된 심장비대·기관지확장·폐렴 발생률이 2.5배 높고, 패 기능은 0.48ℓ정도가 낮으며, 패 성 장애자는 3.6배나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중 55%가 대기오염 때문에 견딜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75%는 호흡곤란과 두통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10%미만의 도로점유율에 10만대 이상의 차량이 달리고 있는 서울의 공기가 어찌 깨끗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가솔린」은 미국 것보다 7배나 저질인데다 불량「엔진」과 노후차량에서 내뿜는 배기「가스」와 매연이 여름철 대기오염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나 대기오염은 결코「필요악」이 아니다.
무계획성의 소산인 것이다.
최근 당국이 서울·부산·울산을 대기오염 방지 특정지구로 지정하고 차량마다 배기「가스」정화 기 부착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또 매연차량 단속지역을 서울·부산에 이어 대구·대전·광주·전주·수원 등지로 확대키로 한 것도 퍽 고무적이다.
그러나 대기오염 문제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윤리문제에 귀결된다. 문제의 초점이 인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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