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을 이기는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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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땅이 타고 목이 탄다.
비다운 비를 구경하지도 못한 지 달포가 넘는다. 땅이 갈라지고 숨이 막힐 만큼 물이 귀하다. 가뭄인 것이다. 보통은 1년에 오는 비의 3분의2가 6, 7, 8 석달 사이에 온다. 그처럼 비가 많던 6월 한달 동안에 비 한 방울 구경을 못했다.
가뭄은 우리 나라만이 아니다. 향항에서는 관광「호텔」에서도 「샤워」물이 떨어졌다. 남양제도에는 5개월 째 비가 없는 섬도 있다. 미「콜로라도」주의 한 도시는 「재해지역」의 선포를 요청할 정도로 물이 떨어졌다.
가뭄은 지난 연말부터 세계의 여기저기서 학자들이 예보한바 있다. 그러나 장마를 막는 도리가 없는 이상으로 가뭄도 막을 길은 없다.
가뭄은 이상기상의 주기와 맞먹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대충 20년에 한번씩 돌아온다. 그러나 이렇게 가뭄이 잦으면 이상기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상기상이 어느덧 정상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뭄이 아니라도 워낙 물이 귀하다. 이대로만 간다면 서기2000년에는 지금의 4배는 더 물이 필요하게 된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유엔」물 회의에서도 가뭄의 위험신호가 내려졌었다.
원래가 한국의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2.5배나 된다. 그러나 1인당 수자원은 세계평준의 6분의1도 안 된다.
따라서 요새와 같은 인구증가율로는 물난리는 해마다 심각해지게 마련이다.
물이 귀하니까 어쩔 수 없이 더러운 물도 가리지 않고 마시게 된다. 우리네 상수원이 되는 한강은 이를 데 없이 더러워지고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게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의 통계에 의하면 비위생적인 물로 인한 환자는 연간 주혈흡충병 2 억명, 「필라리아」병 2억5천만 명, 「말라리아」 1억6천만 명이나 된다.
그 사자도 연간 1천만 명이 넘는다.
이기구가 「아시아」·「아프리카」의 8개국을 조사한 바로는 적절한 음료수만 있었다면 유유아의 90%는 살았을 것이라 한다. 「스리랑카」에서는 입원환자의 40%, 외래환자의 40%가 물에 원인이 있었다.
가뭄만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가뭄으로 인해서 물이 더욱 더러워지는 게 한결 더 무서운 것이다.
관상대의 말로는 장마전선이 제주를 거쳐 26일께는 남부지방에 상륙할 것이라 한다.
기압권의 변화만 없다면 7월초에는 전국에 비가 내린다.
그러나 그때까지 어떻게 견디느냐가 문제다. 사람은 견딜 수 있다 하더라도 땅이 큰 일이고 농사가 큰 일이다.
가뭄을 이겨내는 지혜는 달리 없을까? 물은 국토개발 보다도 다급한 과제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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