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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거의 빼놓지 않고 찾아드는 반갑잖은 방문객이 있다. 각종 전염병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도 이미 지난 16일에 보사부가「콜레라」비상경계령을 내린 데 이어22일엔 다시 뇌염발생 주의보를 내리고 방역활동 강좌를 지시했다.
생활환경을 위생적으로 개선하고 방역활동을 효과적으로 펴온 결과 우리 나라에서도 각종 전염병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천연두·발진「티푸스」·발진열·「페스트」·재귀열 등 급성전염병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장「티푸스」·이질·「콜레라」등 수인성 전염병도 현저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콜레라」의 경우 69년만 하더라도 1천5백48명이 감염되어 1백37명이나 사망했고, 70년엔 2백6명이 발병해서 12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71년 이후에는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어린이의 사신」 이라는 뇌염도 해마다 고개를 숙여가고 있다. 1949년엔 자그마치 5천6백16명이 발병, 2천7백29명의 희생자가 났고, 이 추세는 60년대까지 계속됐으나 70년대에 이르러서는 훨씬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콜레라」와 뇌염 등의 발병율·치사율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긴 하나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며, 따라서 방역활동에 잠시나마 소홀함이 있어선 안된다. 방심은 절대금물이며 연중무휴의 방역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보사부가 「콜레라」에 대한 비상경계령을 내린 이유는 일본 화가산현 「아리다」(유전) 시에서 29명의 집단「콜레라」 환자가 발생, 1명이 사망했다는 공식통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이들은 「필리핀」등지를 여행하고 귀국한 후에 발병하였다고 하니 일본과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와 선박의 승무원과 승객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요즘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 수는 하루 약3천명이나 되며, 그 외 여러 항구를 거쳐 들어오는 선원과 승객또한 무수한 형편이니, 공항·항만의 검역강화로 「콜레라」침투 「루트」를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콜레라」오염이 우려되는 해안지역 및 주민에 대한 소독과 예방접종을 철저히 해야하고, 충분한 예방「백신」 확보에 차질이 없어야 하겠다.
뇌염의 경우도 이미 광주지역에서 일본뇌염을 옮기는 「큘렉스」모기가 발견됐으니 발병자 신고망 정비에 의한 조기발견 및 소독 및 예방접종을 능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연막소독 등 각종 소독약이 부족하여 뇌염이 동시다발의 맹위를 떨치는 것을 두손들고 바라보기만 한 74년의 과오를 두번 다시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올해 책정된 방역예산은 3억 원으로 시민 한사람에 고작 41원꼴 이라니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 아닌가. 또 방역사업에 동원된 의사·간호원·소독사 등 관계요원도 1천1백명에 지나지 않아 6만6천여명의 시민을 한사람이 맡아야 하는 실정이고 보면 시민은 몹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부족·일손부족이 무서운 전염병 앞에 시민을 방역무방비상태로 드러내놓는 이유로는 결코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급히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국의 방역대책과 활동도 물론 중요하나 이에 못지 않게 국민각자가 건강관리에 유의하고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힘쓰는 일도 긴요하다.
주변환경을 청결하게 하고 규칙적이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며,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며 식생활의 합리화를 통해 신체의 저항력을 길러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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