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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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옛날 음양학에서는 1,3,5,7,9의 기수는 양수라하고, 2, 4, 6, 8, 10의 우수는 음수라 했다. 그리고 양수가 겹치는 말, 곧 기수가 겹치는 날은 길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니까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 등은 모두 길일이 된다. 단오날, 삼짓날, 칠석날, 중양절 등도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왜 기수를 양수라 여겼는지는 분명치가않다.
다만 불교에서는 둘로 나누어질 수 없는 기수를 절대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당연히 둘로 나뉘어지는 우수는 상대의 세계를 뜻한다. 그래서 불교에서 자주 쓰는 수자는 모두가 기수들이다.
음양학에서는 또 두 기수가 합치면 우수가 된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겼는가 보다.
가령 1과3, 3과5, 7과9, 1과5…. 어떠한 기수들을 배합시켜서 더해도 우수가 된다. 그러니까 음양의 철리에 꼭 들어맞는 것이다.
같은 길일 중에서도 단오 5월5일을 제일로 꼽았다. 그 까닭은 분명하다. 1년을 통틀어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 된다.
그러기에 옛 사람들은 이날을 천중가절이라 했다.
『…향촌의 아녀들아 추천을 말려니와 청홍상 초포비녀 가절을 허질마소…』 농가월령가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기왕에 양기가 제일 왕성한 날이기에 가절이라면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은 더 좋을 듯도 하다.
그러나 하지와 단오날이 겹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는 정해진 날이 아니고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지와 단오가 겹치는 해란 몇년에 한번도 있을까 말까 하다.
원래가 단오의 「단」자는 처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오」란 초오일이란 뜻이다.
초오일은 매달 있다. 그러나 12달의 초 5일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5월5일, 곧 단오날이다.
이날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가을 농사를 비롯해서 첫 수확이 이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외밭에 첫물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별에 밝히도다.』 이렇게 노래한 날이 바로 단오날이다.
흥겨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노래할만한 날이다. 오늘만은…그러나 이날을 흥겹게 보내던 옛 풍속은 이제 온데 간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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