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이 묶인 남미이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의 「5·4」조치로 남미이민이 중단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이 때문에 이미 60여 만원씩의 이민알선료를 지불, 이민초청장 또는 여권을 발급 받고 직장과 가산을 정리한 많은 남미 이민희망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실정에 놓여있다고 한다. 출국일자만을 기다려온 이들 가운데는 예고도 없는 이민중단 조치로 발이 묶이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친척 또는 하숙집신세를 지거나 고아 아닌 고아가 된 어린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록 잠정적이긴 하지만 남미이민을 중단한 것은 그동안 남미이민과 관련된 부작용과 잡음이 잇달아 이를 재검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62년부터 「5·4」조치 직전까지 우리 나라의 남미이민자수는 모두 2만9천3백58명에 이른다. 국별로는 「파라과이」1만3천9백83명, 「브라질」9천8백81명, 「아르헨티나」4천27명, 「볼리비아」가 1천4백67명이다.
이들은 대부분이 특수이민으로 연고 또 초청이민들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들 가운데는 이민수속이 개인 「브로커」등에 의해 부정한 방법으로 처리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수입국(수민국)에 도착한 뒤엔 농업 등 산업분야에 종사한다는 이민목적과는 달리 도시에 집중, 상업 등에 종사함으로써 수입국 국민과의 마찰을 일으키는 예도 있었다. 또 수입국 국경을 넘어 제3국으로 불법이주, 수입국과 제3국간에 말썽을 빚는 예도 없지 않았었다.
이는 한국민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할뿐만 아니라 외교상으로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는 바로 정부당국이 하루속히 손을 써야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국회보사위원회도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 남미이민에 대해 산발적·개별적인 정책을 지양, 조직적인 정책이민을 추진할 것과 기업이민·수산이민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바 있다.
정부당국의 남미이민정책이 차제에 과연 종래의 개별적인 특수이민에서 거액의 정부투자를 전제로 하는 집단, 또는 계약이민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어쨌든 한 사람이라도 더 내보내는 것이 기본방향이라면, 남미이민은 하루속히 재개,「5·4」조치 전에 이미 가산을 정리한 채 발이 묶여 생계대책마저 막연한 이민희망자들에게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민 길을 터주는 등 별단의 구제조치가 있어야겠다.
특히「5·4」조치에도 불구, 가족합류에 한해서는 이민여권이 발급되고있으나 「파라과이」이민의 경우 「5·4」조치이후 이들에 대한 「비자」발급마저 중단되고 있어 외교상의 해결노력도 있어야 하겠다.
이들 남미이민 희망자들은 그 동안 이민초청장 또는 여권을 발급 받고 출국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직장을 정리, 가산을 헐값에 서둘러 처분하고 심지어는 자녀들의 학업마저 중단시켰기 때문에 이제는 국내에 그냥 눌러 앉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끝으로 국가재정형편 등을 고려할 때 개인부담으로 나가는 특수이민을 지양, 국가부담이 큰 계약이민 등을 택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이고 보면 이민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 검토와 함께 초청 또는 연고이민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점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선방안으로는 남미이민의 경우도 미국 「캐나다」이민의 경우처럼 이민허가신청과·「비자」발급수속을 이민알선법인체 창구로 일원화하여 「브로커」의 개입을 막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는 이민의 양적인 면을 앞세워 왔으나 앞으로는 질적인 면도 중시, 이민대상자를 엄선하고 사후관리에도 보다 철저를 기해 이민자의 제3국 불법이주 등과 같은 부작용을 최대한 막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