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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광주 전략공천은 민주주의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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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손학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7일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민주주의에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이기도 한 손 고문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소상공인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의 본산이자 민주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광주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전략공천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에게 공천을 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그는 공천 문제를 묻는 기자들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을 ‘민주당’이라 칭하면서 ‘속임수’ ‘기만행위’라는 표현도 썼다.

 - 광주가 전략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광주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다. 상당히 심각하다.”

 - 윤장현 후보를 선택한 게 잘못이라고 보나.

 “민주당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주당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 60년 전통의,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자부하는 민주당이다. 국민을 어렵게 알아야 한다. 국민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국민을 속임수로 기만해서는 안 된다.”

 - 일종의 속임수, 기만 행위라 생각하나.

 “우리 민주당(새정치연합)이 약칭에서 민주가 빠졌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광주 현지에서도 전략공천의 역풍은 점점 커지고 있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은 이날 “광주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지지자 250여 명은 이번 공천을 “심야의 정치테러” “낙하산·밀실 공천”으로 규정하고 집단 탈당했다.

 당내에서도 이번 전략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지도부는 광주지역에 경선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경선룰을 확정해주지 않고 시간만 끌다 전격적으로 윤 후보의 손을 들었다. 전략공천의 명분으로는 ‘개혁성’이란 주관적인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 손 고문은 “전략공천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며 “전략공천을 해야 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전략공천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보호하고 정치적 기회를 신장해야 할 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최고위원은 “그동안 룰을 어떻게 정할지 공천심사위원회에서든 최고위원회에서든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며 “갑자기 2일 최고위에서 안 대표가 ‘광주는 어떻게 하죠?’라고 문제제기를 해 격론이 벌어졌으나 결론이 안 나 ‘두 대표가 잘 판단해서 해야 한다’는 정도로 마무리됐는데 그 직후에 바로 윤 후보를 전략공천하겠다고 발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윤 후보가)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왜 박원순 시장을 갖다 붙이느냐”며 “박 시장은 엄연히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을 이기고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않았느냐”고 불쾌해했다. 한 호남지역 의원은 “광주는 민주당에서 아무나 내려꽂아도 다 당선된다고 보는 게 구정치”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인 경기 안산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김한길 대표와 가까운 제종길 전 의원을 안산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자 김철민 안산시장 측은 “상(喪)중에 상주를 바꿨다”며 연일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소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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