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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월호까지 정치선동에 이용하려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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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의 현대사가 ‘4·16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얘기는 안전사회로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다짐 같은 것이었다. 이런 다짐은 지난 3주간 세월호 선장의 넋 나간 행태와 해운회사의 탐욕, 관료 마피아의 폐해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생생히 목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마음에 쌓여갔다. 그런데 4·16 참사를 6월 지방선거의 승리나 현 정부를 무력화하는 정치 선동의 재료쯤으로 여기는 세력이 나타난 건 유감스럽다. 이들은 스스로 진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진보라기보다 극단이요, 국민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레토릭을 펴지만 실제론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꾼 같은 속성을 지닌다.

 전교조의 홈페이지엔 선전홍보실이 작성한 ‘세월호 추모 동영상’이 있는데 세월호 사망 학생들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과 6·10 민주화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군에 비유하고 있다. 동영상은 “너희는 어쩌면 머리와 눈에 최루탄이 박혀 수장됐다 마산 부두에 떠오른 김주열인지 몰라.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일이다. 너희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머리채를 잡혀 어쩔 수 없이 욕조 물고문에 죽은 박종철인지 몰라.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일이다”라고 시작돼 “이 나라는 이미 국가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라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전교조의 과도한 정치성이야 익히 알고 있으나 논리의 비약, 정권에 대한 저주 수준의 공격은 학생들에 대한 추모나 가족에 대한 위로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도 팽목항에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은 필요 없다’는 선전물을 뿌렸고, 인터넷에서 급조된 ‘엄마의 노란 손수건’이란 단체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무능한 정부 OUT’ ‘모두 거리로 나갑시다’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천안함 폭침의 북한 소행 가능성이 0.0001%도 안 된다고 주장했던 한 저명한 지식인은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묻겠다며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도 했다. 모두 비상식이고 비논리적인 데다 한국이 안전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나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언행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