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한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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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아낙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베푸는 행사에 「방생」이란게 있다. 잉어·자라 등 산물고기를 물 속에 풀어보내는 의식이다.
살생·자비 등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서 예부터 어머니와 아내들이 남편과 자식들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서울의 아낙네들은 대개 한강을 찾았다. 요새는 이런 행사를 한다해도 별 의미가 없다. 물고기들을 살려보낼 물가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한강물 속에 띄워 보낸다면 팔팔하던 물고기들은 당장에 죽고 말지 모른다.
한강은 그만큼 산업폐수로 오염되어 있다. 옛날에는 냇물은 1m만 흐르면 깨끗해진다고 했다.
요새는 그 반대가 된다. 연·산화유황·불화수소산·「패놀」·「에텔」·「벤젠」·「암모니아」·초산염 수은…. 이렇게 물은 흐를수록 더욱 오염되기만 한다. 이렇게 오염된 물을 아무리 염소로 소독한다하더라도 안전할 수는 없다.
우선 물 속에 들어있는 유기물이 염소자체의 살균작용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노벨」상 수상자「리더버그」교수는 69년에 이렇게 경고했다. 『염소 소독과정 중에 때로 생기는 염소화합물은 돌연변이의 원인이 된다.』 폐수에 섞여있는 화학물질들 가운데는 물론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은 것도 있다. 초산염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소화기관내에 있는 「박테리아」가 초산염을 매우 유독한 아초산염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이 아초산염이 유유아의 혈액 중에 흡수되면 호흡기장애를 일으켜 심한 경우에는 까닭도 모를 질식사까지 일으킨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렇게 초산염의 아초산염에의 변환은 식기 속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끔찍하기는 연도 마찬가지다. 고대 「로마」쇠망의 원인은 음료수 속에 연이 너무 많이 섞여있던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서울시민은 모두가 만성 연독자라 해도 좋다. 그 특징은 식욕감퇴·쇠약·유산·신경 근육계 장해 등으로 나타난다. 다만 그 진단은 매우 어렵다.
이 모두가 산업폐수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폐수의 15%가 상수도원 속에 섞여든다고 보고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과연 얼마나 될는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서울시는 산업폐수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론 그 돈을 폐수처리에 쓰겠다 하겠지만 결국은 썩은 나무의 가지만 치고 말겠다는 얘기와도 같다.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규칙도, 좋은 의도도, 웅변도 아니고 기술이다. 상업지도력과 정치지도력은 힘을 합하여 싸워나가야 한다.』
이렇게 미국의 수질오염관리국장이 말한 적이 있다. 깊이 되새겨 봐야할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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